노종래

푸르른 날 외로 앉아 머리를 가만히 빗다

생각해도 부질없다 던져버린 얼레빗은

삿대를 밀지 않아도 빈 하늘 반달로 떴네

서러워도 못 운 시로 떠난 정 일깨우다

달빛 어린 채석강의 숱한 밤을 놓쳐버려

열두 줄 피를 감아도 그 눈빛은 늘 설렌다.

<감상> 매창은 가사?한시?시조?가무?현금에 이르기까지 다재 다능했던 부안 기생이다. 호를 계생?계랑으로도 불리고 '이화우 흩뿌릴 제'란 시는 떠난 님을 그리는 연모의 정이 짙게 배어 있다. 이 시도 그의 절절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곧 시적 화자는 하늘에 뜬 반달을 맑고 밝은 젊은 날 머리를 빗는 일이 부질없다고 여겨 던진 얼레빗이라고 보고 있고, 시로 님을 그리워하다 달밤 채석강에서 밤을 세듯 가야금 열두 줄이 피로 물들 듯 연주해도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고 하여 매창의 짙은 사모의 정을 노래하고 있다.

(조주환,시인 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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