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한

과수원 열매나 보며

화초도 더러 심고

휘파람 감고 풀어

낮달도 띄우느니

초막에 물소리 입고

근심 밖을 살고 있다.

--------------------------------[본문 4:3]-----------------------------------

산창이 홰를 치면

옷깃을 가다듬고

생각은 먼 날에 둔 채

별밭을 거닐다가

들어와 등불 댕기면

기적도 필을 든다.

<감상> 도연명의 '귀거래사' 일부를 연상하게 한다. 시적 화자는 온갖 갈등과 공해에 시달리는 도시생활과는 달리 아직도 원초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소백산 자수고개에서 농사를 지으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곧 '과수열매, 화초, 낮달, 초막, 산창, 별밭, 등불' 등의 시어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 묻혀 사는 모습이 선연하다. 그런 것들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근심 밖을 살고 있다'고 하여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밤이면 별들과 더불어 거닐다가 방안에 들어와 글을 쓰는 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조주환,시인 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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