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본사 부사장)

경주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 통합 논란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통합문제는 7월 하순 공식발표에서 밝혀질 예정이어서 시민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저항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격분은 한전과 한수원 통합안이 정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폐장 유치로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기 때문.

지식경제부가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용역 의뢰했던 주요 연구 골격은 한전과 한수원 통합안과 한전주도 협력사 컨소시엄, 지주회사 설립 등이며,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는 현재 체제대로 유지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에서 한전, 한수원 두 공기업이 통합되면 최근 한국의 주요 수출 프로젝트로 떠오른 원전 수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방폐장 특별법에 따라 방폐장 유치지역에 이전키로 계획된 한수원 본사가 한전과 통합될 경우 자칫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정부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해야 한다.

최양식 경주시장 당선자도 "정부가 약속 이행을 해야 한다"면서 "원안 고수를 위해 집행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우겠다"며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한수원 본사 준공 2014년보다 2년 빠른 2012년 준공을 목표로 한전 본사 사옥 건립 준비가 한창인 나주지역은 양 사의 통합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어 두 공기업 통합이 강행될 경우 영·호남 갈등도 우려된다.

수정안 내용이 시행될 경우 경주에 이전토록 돼 있는 한수원 본사와 나주에 이전토록 돼 있는 한전 본사 통합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 경주는 한수원 경주 본사 사옥 신축 준비가 한창이다. 가뜩이나 4대강, 세종시 문제로 국민대통합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두 공기업 통합 논의로 천년고도는 벌집 쑤신 듯 시끌하다.

시민들은 방폐장 및 원전 반납 등 원안 고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국가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왜 통합문제를 터트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도 있다.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은 중·저준위 유치지역에 약속한 인센티브 중 일부이다.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받은 인센티브를 날릴 경우 정부가 신뢰를 잃게 돼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고준위 처리장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방폐장은 정부가 19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국가적 난제 중 난제였다. 정부는 자치단체에서 방폐장만 유치하면 정부에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을 모두 동원해 지역을 위해 쓸 것이라고 공약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그런 공약을 믿었다. 비록 역사 문화도시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애물단지처럼 20년 동안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한 방폐장을 89.5%란 절대적인 지지로 유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폐장을 유치한 지 5년이 지나고 있지만 정부가 약속한 각종 지원사업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표류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지원의지를 질타하는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그 뿐인가? 방폐장특별법 개정을 통해 유치지역지원위원회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시민들의 강력반발로 원상회복되기도 했다.

만약 정부가 약속한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에 변화가 올 경우 중저준위방폐장 문제보다도 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준위폐기물중간저장시설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방폐장 유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않다면 앞으로 어느 지자체나 어느 지역민이 정부를 믿고 또 정부가 정한 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의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 약속이행은 타 지자체의 거울이자 바로미터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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