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사회부장

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구국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순신장군일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장군에 대한 당대 조정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첫 출정에 앞서 조정의 출전명령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대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직을 삭탈당한 뒤 구사일생으로 백의종군해야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유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진다.

현대 해군도 마찬가지지만 해전에서 대장선이 돌격선으로 나서는 일은 결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이미 고니시의 전선 500척중 400척이나 깨트린 상황에서 적진깊이 돌격했다는 것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왕의 명령에도 전투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출전을 미뤘던 이순신이 갑옷마저 벗어던진 채 전투에 나섰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왜 그랬을까?

이순신은 백의종군후 다시 통제사가 돼 울둘목에서 12척의 전선으로 왜수군을 대파하고 원균이 빼앗겼던 제해권을 되찾는 것은 물론 전라·경상도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조정대신들은 명나라의 원군파병으로 전쟁이 끝나갈 조짐을 보이자 민족적 영웅으로 떠오른 이순신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이런 상황에서 이순신은 종전을 앞두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판단하지 않았을까?

올들어 천안함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며 이순신을 떠올려 봤다.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우리 정치권의 '교전규칙상 2배 보복 규정을 왜 지키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이 공격전에 '우리가 몇발을 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니고, 날아오는 포탄을 하나하나 카운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2배의 보복을 하라는 말인가?

또한 해병대가 K-9이 자주포로는 적의 해안포기지를 공격할 수 없어 후방막사 등에 대한 공격을 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해안포진지가 멀쩡하다고 다그쳤다.

그리고 위성사진을 통해 K-9포탄이방사포진지를 타격하지 못했으며, 80발중 35발은 바다에 떨어져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렇게 다그치는 정치인들중에 실제로 포사격을 해본 적이 있는지, 탄도학의 의미를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특히 그동안 국방예산을 삭감시키고, 장병복무기간을 단축시키고, 서해5도의 해병대를 감축시켜려 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는가.

그런데 그들이 다시 국방이 허술하다며 요란을 떨면서 자칫 섣부른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요란한 깡통소리가 아니라 4천800만 국민과 국토를 지키기 위해 우리 군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신중하게 연구하고 검토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제2의 이순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경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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