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생태 연구가 김재일(사진·사찰생태연구소 대표) 가 1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2세.

1949년 11월 포항에서 태어난 고인은 1994년 국내 최초의 생태 탐방 시민단체인 '두레생태기행'을 설립한 데 이어 2002년 사찰생태연구소를 만들었다.

경기도 용인의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갓 부임했던 1973년 5월 안성 칠장사로 학생들을 인솔해 소풍을 갔다가 스님과의 문답 끝에 발심해 출가했던 경력이 가진 전통적인 강원과 선원 교육을 받는 대신 노스님들을 모시고 떠도는 생활을 한 김 대표는 5년간의 스님 생활을 끝내고 환속한 이후에도 행자 시절부터 배운 생명 존중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생태 운동에 투신했다.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 숲 해설가협회 공동대표, 대한불교 조계종 환경위원회 명예위원 등을 지냈으며 1990년대 말 생태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태 탐방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생태기행' '생명산필' '우리 민속 아흔아홉마당' '우리 고궁'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올해 1월에는 폐암 투병 중에도 7년간 전국 108개 사찰을 돌아보고 쓴 '108 사찰 생태기행' 시리즈 10권을 완간했다.

"숲에서는 쉽게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새소리를 들으세요. 또 눈앞의 나무를 보고 걸으세요. 그러고 나서 발걸음의 촉감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봅시다. 어느 순간 내가 나무가 되고 물이 되고 산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단,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그가 그토록 찬양하던 숲으로 돌아간 것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남숙향 씨와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 발인은 17일 오전 8시. 문의:(02)34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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