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제이콥 주마(63) 전(前) 부통령이 갈수록 수세에 몰리고 있다.

그가 부패 스캔들에 이어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리자 그를 지지하는 그룹의 이탈조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남아공 삼각 연립정권의 한 축인 공산당(SACP)은 2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성폭행 등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SACP 사무차장 제레미 크로닌은 회의 후 취재진에게 "우리는 성폭행을 비난하며 혐오한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현지 언론매체들이 28일 보도했다.

SACP는 이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주마가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종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같은 방침이 주마를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차기 총재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역시 삼각 연립정권의 또다른 축인 남아공노총(COSATU)이 지난 24일 주마를 ANC 차기 총재 후보로 지지한 바 없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남아공은 지난 94년 흑인 정권 수립 이후 마련된 헌법에서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게 돼 있어 국회 과반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여당 ANC 총재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돼왔다.

ANC 부총재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주마는 오는 2007년으로 예정된 당 총재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로 간주돼왔다.

당초 COSATU와 SACP는 주마가 부패 스캔들로 인해 지난 6월 부통령직에서 해임된 이후 그의 부통령 복귀를 요구했을 정도로 주마의 최대 지지 그룹이었다.

당시 COSATU, SACP 내부에서는 서민층과 노동대중을 대변하는 주마가 오는 2009년 퇴임하는 타보 음베키 현 대통령을 승계하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정치그룹의 음모에 의해 낙마했다며 음모론을 주장했다.

COSATU는 18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서 백인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일 당시 해외 망명 정부를 이끈 ANC를 대신해 SACP와 함께 국내에서 파업 등 일선 투쟁을 담당해온 조직이다.

그러나 주마에 의해 성폭행당했다는 한 여성 피해자가 이달초 경찰에 그를 고소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부시 피콜리 검찰총장은 검찰의 기소를 위해 경찰이 제출한 주마 성폭행 혐의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다시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간 비즈니스데이가 보도했다.

피콜리 총장은 사안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고려, 기소할 경우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데 이상이 없을 정도의 완벽한 수사결과를 원해 그같이 조치한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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