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미라클

알래스카 일대를 수개월간 취재하고, 미국 본토에 돌아갈 일만 남은 애덤(존 크라신스키). 우연히 거대한 빙벽에 갇힌 고래 가족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방송을 본 그린피스 활동가이자 애덤의 옛 애인인 레이첼(드류 베리모어)은 현지로 날아가 자원활동에 나선다. 그러나 작업에 집중하려 해도 동료 여기자 질(크리스틴 벨)과 희희낙락대는 애덤의 모습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한편, 고래 가족 이야기가 전국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백악관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군을 동원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마을 사람들과 동원된 군은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간 혹한 속에서 고래 구출작전에 나선다.

'빅 미라클'은 1988년 알래스카의 혹한 속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고래 가족 구출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방송 리포터, 현지 주민, 그리피스 활동가는 물론 심지어 석유업자와 정부까지 힘을 모아 고래를 구출하는 과정을 엮었다.

다양한 이익집단의 협업 과정을 다뤘기에 집단 간에 표출되는 갈등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생존을 위해 포경업을 버릴 수 없는 알래스카 주민들의 주장과 환경보전을 위해 고래 사냥을 금지해야 한다는 그린피스의 입장이 상충한다.

사실에 기초한 영화는 불편한 부분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석유 시추에 골몰하는 사업자도 막판에는 착하게 묘사된다. 냉전시대 끝 무렵 소련과 미국이 손을 잡고 고래를 구출하는 장면은 신파적인 톤으로 그려진다.

드류 베리모어는 연기가 뛰어나지 않지만 중간 이상은 소화했다. 성공에 집착하는 여기자로 등장하는 크리스틴 벨의 짜증 섞인 연기가 오히려 재미를 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가슴 훈훈해지는 영화지만 지나치게 착한 내용과 밋밋한 전개 탓에 개성 있는 인물을 찾아볼 수는 없다. 플롯의 굴곡도 약하다.

'빌리 엘리어트'(2000), '어바웃 어 보이'(2002), '러브 액츄얼리'(2003)를 제작한 영국 영화사 워킹 타이틀 필름이 만들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를 연출한 켄 콰피스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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