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무차별 메시지에 짜증…신상 유출 우려도 제기

5일 오후 2시. 모처럼 쉬는 날 낮잠의 여유를 즐기던 회사원 박현욱씨(37·포항시 북구 두호동)는 휴대전화에서 갑자기 울리는 '땡그렁'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깨고 말았다.

포항철강공단 모 업체 야간근무조라 늦은 밤 출근을 앞두고 잠을 자둬야 했던 박 씨는 회사에서 급히 보낸 문자메시지라고 여겼던 '알람음'이 알고보니 4.11 총선 모 예비후보의 사무소 개소식을 알리는 문구인 것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공천을 앞둔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이 활화산처럼 불붙는 요즘, 박 씨처럼 하루 평균 서너통씩 받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총선 예비후보들의 홍보성 문자메시지가 되레 짜증스런 공해로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더욱이 아무런 연고도 없고 학연, 지연도 와 닿지 않는 예비후보들이 무차별 메시지를 보내오면 오히려 화를 돋우는 '스팸성 메시지'로 반감을 사는 원인이 돼 전송전 제고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지난 총선 때에도 밤낮으로 선거 홍보 문자메시지가 와서 짜증이 났다"며 "아무리 홍보용이라고 해도 휴대전화 번호와 같은 개인 신상정보가 공개됐다는 것 자체가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고 반감을 나타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유권자들에게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을 한꺼번에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동시다발성으로 후보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홍보수단으로 떠올라 있다.

하지만 이미 유권자들은 대리운전, 대출, 도박, 각종 음란 문자메시지에 시달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터라 선거기간 가세되는 선거 관련 문자메시지는 오히려 불만을 사고 표심을 잃기 쉽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급기야 낮잠을 자다 받거나 한밤중 알림음에 잠을 깬 유권자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예비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 유출을 운운하며 항의하는 일까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비후보 홍보담당자는 "홍보효과가 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 후보자의 근황 등을 알리고 있지만 불쾌감을 느끼고 항의전화를 하는 유권자들이 있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자기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후보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정작 유권자들의 짜증만 부채질한다면 홍보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자영업자 김성균씨(38)는 "예비후보들의 홍보도 중요하지만 이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공해나 다름없다"면서 "무분별한 문자메시지 전송은 개인정보 유출 등 오히려 예비후보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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