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익(새터공인중개사 대표)

전원주택이 해결되었다면 이제 농촌에서 그냥 쉴 수만은 없다.

아무리 연금이나 모아둔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퇴직후 20년 정도의 노후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정년퇴직 인구가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 은퇴자들 중에는 노후를 농촌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실버 농업이 필요할 때다.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도시를 벗어난 농촌이나 산촌지역이다. 이는 자연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농촌의 노인들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에 도시의 노인들은 정년퇴직 후 할 일을 찾기가 힘들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 은퇴 자금도 넉넉지 않은 경우에는 생활비를 걱정해야 한다.

지금 농촌은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농촌에 남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이라 이들이 사망하고 나면 농촌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실버 농업이다. 도시 은퇴자들이 농촌으로 옮겨 가 살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즉 도시 은퇴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농업 노동을 해 수익을 얻고 그 럼으로써 노년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실버 농업이다.

일본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농촌의 일손 부족과 노인 문제를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실버 농업을 시작했다. 젊어서는 도시에서 활동하고 정년 퇴직한 후에는 귀농해 실버 농업의 주체가 되는 개념이 1998년부터 생겨났다.

이를 '인생이모작'이라 해 정년퇴직을 앞둔 도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실버 농업인구가 농촌으로 이주하면서 신규 농업 인구의 60% 정도를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차지할 정도가 됐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젊었을 때보다 모든 신체적인 기능이 떨어진다. 그런데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은퇴한 후 농촌으로 내려가서 처음 농사를 짓는다면 작물의 종류와 규모 등을 잘 선택해야 한다. 처음 해보는 일이니 쉽지 않을뿐더러 터전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실버 농업은 어떤 작물을 키울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작업이 강도가 약하고 토지 의존도가 낮아야 나이 든 사람들도 쉽게 재배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 관련 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은 힘이 덜 들고 고수익을 올릴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소규모의 버섯 재배나 양봉, 양잠,분재, 약초재배,곤충사육 등도 좋다. 물런 이런 것들도 처음 하는 사람에겐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다른 일들에 비해 비교적 쉽고 수익성이 높다.

또한 실버 농업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최소한의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속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위험성이 있으면서 고소득을 추구하기 보다는 수익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것이 좋다.

농사일은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이 필요한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농사를 지으면서 운동도 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수 있는데 이것이 실버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농사일을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실버 농업은 농사일을 통해 성취감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작물이나 가축을 기른다면 흥미를 갖게 되고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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