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기 한수원 월성원자력 2발전소 정비기술팀장

일본 국회 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5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명백한 인재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고조사위원회는 후쿠시마 제1원전이 쓰나미(지진해일) 뿐만 아니라 지진에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일처리방식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제품의 품질, 서비스 만족 등과 관련해 일본에 대한 인식이 좋고 신뢰도가 높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지진이 빈번한 일본의 원전이 자연재해 대비를 제대로 못했다고 판단한다.

사고 후 조사한 IAEA(국제원자력기구)도 보고서에서 "쓰나미 위험을 과소평가했고 중대사고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같은 곳에 있던 후쿠시마 제1 원전 중 폭발하지 않은 원자로가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5호기와 6호기는 1~4호기와는 달리 디젤발전기가 지상에 있었고 냉각수가 필요 없는 공랭식이었다. 같은 쓰나미가 밀려왔지만 4개는 폭발했고 2개 원전은 냉각기능을 유지해 폭발되지 않았다. 자연재해 사고가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의 준비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일본의 지진해일 관련 연구 예산은 3천억 원이상이다. 이런 예산을 쏟아 붓고도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역사적인 교훈도 있었다. 일 메이지시대에 이미 15.5m의 지진해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쓰나미가 쓸고 지나간 지역 아래로는 집을 짓지 말라고 후손들에게 당부하는 '쓰나미 기념비'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하지만 지진이나 쓰나미 문제를 과소평가했고 예방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후쿠시마 1~4호기 부지는 10.2m에 위치해 있었다. 폭발사고가 나지 않은 5호기와 6호기는 13.2m에 있었다. 쓰나미는 14~15m에 달했고 모두 침수됐다. 5·6호기 폭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디젤발전기가 지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진설계도 부족해 리히터규모 6.4에 불과했다.

월성1호기의 경우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로 건설됐고(리히터규모 6.5는 6.4보다 3배 큰 지진이다) 지상 12m의 부지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으로 국내 최대의 쓰나미가 4.2m였지만 이를 충분히 반영해 후쿠시마보다 더 높은 부지에 지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대로 동해안은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지역이다. 환태평양지진대에 위치한 일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지반이 안정적이다.

태평양 테두리에 해당하는 환태평양지진대에는 지진이 빈번한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 아이티 등이 위치해 있다. 그렇지만 발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대비해 수소폭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소제거설비를 갖추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월성1호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까지 대비해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와 관련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불안해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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