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의 해외 유학이 6년새 10배나 늘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6년간 30배가 늘어 지난해에만 6천여명이 영어권 국가 등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전체 유학비용이 4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니 같은해 우리나라 교육분야 예산의 6분의 1에 해당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유학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더 걱정되는 일은 조기유학으로 인한 가족 해체 위기를 맞는 가정이 급증한다는 사실이다.

조기유학이 늘어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글로벌 사회에서 필수적인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나 국내 공교육에 대한 불만과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이 주요인이다.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국내에서 드는 과외비용이나 유학비가 별 차이가 없다고 인식한다.

학벌위주 사회풍토와 극심한 대입 경쟁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식만큼은 입시지옥을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로운 교육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 교육환경에서 만족스런 교육이 어렵다고 느껴지니 자연스런 현상이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등을 피해 떠나는 도피성 유학도 있다.

어떤 이유로 떠났던 조기유학의 성과가 생각만큼 만족치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과중한 유학비 부담과 그에 따른 외화낭비도 문제려니와 외국에서 언어장벽 및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2년 안팎 단기 연수의 경우는 돈 들인 만큼 성과를 보기 힘들다.

부모를 떠나 홀로 유학한 청소년 중에는 탈선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사회적으로는 빈부계층간의 위화감 조성도 한몫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할 점은 조기유학의 결과로 생겨나는 가족 해체 현상이다.

자녀와 아내를 해외로 보내고 홀로 남은 기러기아빠의 애환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니다.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좋은 교육 환경에서 자식을 가르치려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가정이 학교 이상으로 자녀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장임을 잊어선 안된다.

한시적이지만 가족 구성원이 흩어진 결손 가정 상태의 경험은 성장기 자녀들에게 정서적 불안을 안겨준다.

정부는 가정 해체를 조장하는 조기 유학을 줄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해외 유학에 버금가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공교육 틀에 접목하고 입시위주 교육 풍토로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잡는 일을 미뤄서는 안된다.

청소년을 해외로 내모는 학교 폭력 문제도 해결 과제다.

일련의 대책없이 교육 이민이나 조기유학 열풍이 수그러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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