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게 들릴지 몰라도 아들놈 교육을 위해 떠납니다.』
오는 7일 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가는 포항 스틸러스 박한석과장(44)은 호주행 결심의 배경으로 아들(박성수·포철동초6)교육을 먼저 꼽았다.
호주에서 공부하면 우선 영어는 기본적으로 습득하게 되며 무엇보다 천연잔디에서 맘껏 축구를 할 수 있어 잔디구장에 대한 적응과 부상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다소 「소박한」이유를 들었다.
유소년 축구클럽이 잘 발달된 호주에서 학업과 축구공부를 병행, 아들을 장차 유럽무대로 진출시키려는 「원대한」꿈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선다는 박과장은 열악한 우리의 축구환경이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4년 남짓 포항구단에 근무하면서 선수관리업무를 담당한 박과장은 영어에 능통한 장점을 살려 특히 외국인 선수의 통역 및 기타 해외관련 업무를 도맡아왔다.
빈번한 외국출장과 해외에서 발행되는 각종 축구잡지를 정기구독 하는 등 외국의 선진적인 축구환경을 접했고 자연히 한국축구의 문제점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기회가 많았다.
더욱이 자신의 외아들이 포철동초등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해온 터라 유소년 축구에 관해 유독 관심이 많았다.
박과장은 사석에서 한국축구, 특히 유소년축구에 대해 잘못된 점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학업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승리만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유소년축구는 파행적인 것입니다. 선수들은 어릴때부터 창의적인 축구보다는 욕 안먹는 축구, 맹목적인 축구에 길들여져 상급 학교에 올라갈수록 발전이 더딥니다. 일본의 유소년 축구가 창의적인 축구, 생각하는 축구로 기량을 연마, 이미 한국을 추월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우리도 외국의 경우처럼 과외시간을 이용해 즐겁게 운동해야지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지나치게 힘든 훈련과정은 성장기의 유소년에게는 너무 가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과감히 버리고 미래의 꿈을 찾아 떠나는 박과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유소년 축구가 발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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