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資源을 보호하는 것도 마땅하지만 우선 어민이 살고봐야하는 법이다. 지금 동해안 어민들은 파산지경에 몰려 있다. 정책당국이 지역의 현실을 무시하고 理想論에만 치우쳐 ‘어민 죽이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부터 수산자원보호령이 바뀌어 35㎜이상 되는 그물코를 사용하도록 했다. 장어, 문어, 고동 등을 잡는 통발어구의 그물코의 크기를 늘려놓은 것이다. 그물코가 크면 그만큼 어자원은 보호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물코 통발어구를 가지고는 도무지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사정도 생각을 해야 할 일이다.
개정된 어자원보호령은 ‘남해나 서해 연안에 맞는 어업방법을 동해에 어거지로 적용시킨 것’이라는 것이 동해안 어민들의 견해다. 서해나 남해는 동해에 비해 깊이가 얕고, 파도가 동해보다 심하지 않으며, 주어획 대상은 장어이다.
그러나 동해안은 바다가 깊고, 파도가 높으며, 잡는 것도 장어, 문어, 고동 등 다양하다. 여건이 다르고, 품목이 다른데, 동일한 조업방법을 획일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해와 남해에서는 그물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대나무나 플라스틱 통발이면 족하다. 그러나 동해에서는 그물통발이어야 한다.
35㎜이상되는 그물코통발을 사용할 경우 문어가 미끼만 따먹고 통발안으로 들어오지를 않으니 궁여지책으로 그동안 25㎜짜리 그물코를 쓰왔던 것이다. 개정된 어자원보호령에 따라 그물코를 키우면 결국 동해안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물코 단속이 시작되면 어민들은 조업에 나설 수도 없고, 새 어구를 마련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영세어민들이 이를 감당할 수도 없다. 현실을 무시하고 어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시행하는 시책이 결과적으로 동해안 어민들을 파산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정책결정이 숱한 말썽을 빚고 있는 지금이다. 낙동강특별법만 해도 그렇다. 民生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탁상공론과 이상론에 치우친 意思決定이 두고두고 갈등을 빚게 된다. 동해안 어민을 우선 살려놓고 어자원을 보호하는 ‘현실성 있는’ 행정을 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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