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과제물 준비 등 부모숙제 전락

학생들의 창의적인 과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체험학습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일선 초·중·고교에서 시행중인 수행평가가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변질되고 있다.
지난 98년 10월 교육부가 초·중등 교육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수행평가제는 중간-기말고사 이외에 평상시 학습준비와 과제해결 정도, 참여도, 성취도 등을 성적에 반영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시행 3년째를 맞은 지금까지 갖가지 문제점만 노출시킨 채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부모에 의존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현장체험을 대신하는 등 요령만을 키우고 있고 이런식으로 변질된 제도를 대하는 교사들의 시각도 회의적이다.
포항 A중 2학년 김모군(14)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수행평가 과제를 충실히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군은 또 “현장답사는 인터넷에서 얻은 자료로 대신하고 과제물 준비는 부모님께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수행평가로 인해 자녀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제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 이모씨(39·여·경주시)는 “성적에 반영되는 수행평가 점수를 제대로 받게 하려면 아이 대신 나설 수 밖에 없다” 며 “유적지 답사 기행문같은 과제물의 경우 아이를 혼자 보낼 수 없어 휴일에 함께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책자를 참고해 대충 끝낸다”고 말했다.
그나마 부모가 돕는 것도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한 가정에서는 힘들어 교육형평이 흔들리고 학생간 위화감 마저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올해부터 성적에 반영하는 비율이 10%에서 30%까지 높아지면서 각 교육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마다 수행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부쩍 많아졌다. 포항 B중 박모 교사는 “적절한 수행평가 과제를 내주는 것도 힘들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며 “취지에 맞게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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