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귀신 만든다

옛날 중국의 어떤 나무꾼이 도끼를 잃어 버렸다.
그는 이웃집 아이가 의심스러워 보이는데, 그도 그럴것이 그 아이가 자기와 마주칠 때 거동도 수상했으며 그 아이가 인사를 하는데도 안색이나 말투도 이상해서 ‘저 놈이 틀림없이 도끼를 훔쳤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기가 나무를 하는 골짜기에서 잃어버렸던 도끼를 찾았다.
도끼를 찾고 나서 마을로 내려와 이웃집 아이를 다시 보게 됐는데 그 아이가 전과 똑같이 행동을 하는데도 태도나 동작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열자구의(列子口義)의 설부(設符)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와 더불어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의심이 없는 귀신도 만든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의심으로 만들어진 어두운 귀신들이 판을 치는 혼란스러운 시대가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전 일부 중앙 언론사들이 탈세조사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휘청거리자 야당에서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며 국정조사를 하자고 난리를 치고 여당은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지 도망가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상대방 예상후보들의 약점을 잡아서 친일파니 어쩌니 하면서 ‘밤 귀신’들을 무더기로 양산해 내는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한탄스럽고 허탈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밤 귀신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없는 귀신인 줄 알면서도 알고보면 진짜 귀신인 경우도 적지 않았지 않는가? 지금은 무너진 세계 경영을 외치던 대그룹의 오너가 수십조원의 자금을 빼돌린 것이 밝혀지면서 그 그룹 소속이었던 자동차 회사가 망하고 이를 외국 자본에 넘기기 위해 근로자들의 대량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왔고 직장인들의 앞길에는 구조조정만 있을뿐이라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시대인 만큼 밤귀신들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온 나라가 서로를 의심하는 암울한 의심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얼마전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30을 훌쩍 넘긴 노총각 학생에게 장가가야지 했더니 “준비된 정부도 실패하는 판국에 저 같이 준비 안된 총각이 우째 장가를 가겠습니까”라고 해서 웃었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세태가 준비된 정부의 실정만으로 탓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씩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이런 문구를 볼 때가 있다. 자동차 뒤창에 붙은‘내 탓이오”스티커를 보면서 지금의 세태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 스스로의 탓도 있지 않을까 한다.
알카포네의 뒤를 이어 시카고 마피아 두목이 된 프랭코 리토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죽음이 없는 삶이란 없다”라고 하면서 용감무쌍하게 상대 패밀리들을 제거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믿었던 부하들에게 배반을 당해 쫓기면서 어떤 허름한 막다른 뒷 골목에서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프랭코 리토의 묘비에는‘믿음 없이는 희망도 없다’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위의 글귀처럼 서로 믿지 못하는 의심의 시대에는 희망이 있을 수가 없는 법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의 세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성장하게 될까를 생각해보면 끔찍한 기분마저 든다. 이제부터라도 서로를 믿는 풍토를 다시 일구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생긴다. 줄어든 수출과 침체된 경제성장률을 다시 늘리는 것도 급하지만 서로간의 신뢰회복이 더욱 급한 과제임을 정치권과 국민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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