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생활 법 개입 논란 등 ‘위헌’ 근거 제시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폐지 필요성을 언급, 파장이 예상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감안하더라도 아직까지 간통에 대해 부정적 의식이 뿌리깊이 박혀있다는 현실과 유림·여성계의 반발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상황에서 간통은 사회 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이런 배경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간통에 대해 민사상 책임뿐 아니라 형사적 제재까지 가하거나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법부의 재량’이라며 즉각적인 해석을 피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런 판단에 그치지 않고 “입법부는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밀었다. 이때문에 앞서 두차례에 걸쳐 6대 3 다수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가 이번에는 8대 1의 압도적 비율로 합헌 결정을 내리고도 과거보다 진보적이라는 법조계안팎의 평가를 낳고 있다.
간통죄 폐지론의 근거는 이슬람권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폐지한 세계적인 추세와 개인 사생활에 법이 개입한다는 논란, 위자료 청구 등을 위한 법 악용 사례, 형벌로서의 억지 효과 약화 등이다.
유일하게 위헌 의견을 낸 권성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은 원래 유부녀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므로 위헌 여부 논의는 유부녀 간통에 국한해도 충분하다”며 “유부녀간통은 윤리적,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지 형벌로 다스릴 범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도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적,성개방적 사고방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국민의 법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간통죄에 대한 규범력도 어느 정도 약화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폐지론’이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임을 인정했다.
이에따라 이번 결정은 ‘합헌’이라는 외형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존치-폐지 논란에 더욱 거센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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