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평론가 방민호씨 베스트셀러 소설 비평

소장 평론가 방민호씨가 베스트셀러 소설 읽기에 대한 의미 있는 비판의 글을 발표했다.
계간 문예지 ‘내일을 여는 작가’에 ‘장편소설론-계절평의 형식을 빌어’라는 제목으로 실린 방씨의 평문에서 베스트셀러작가로 통하는 김영하 윤대녕 은희경씨 등의 근작 장편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반면 황석영과 이대환 강준용씨의 장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방씨는 강준용의 장편 ‘별나라를 지나는 소풍’에 대해 “우리사회의 경제적 고난과 정신적 타락을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했고, 장편소설 주인공의 존재가치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월남참전 고엽제 환자와 그들 2세의 문제를 다룬 이대환씨의 ‘슬로우 불릿’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며 상처인 한국의 월남전 개입 문제를 다루고 있어 우리 문학사를 위해 꼭 있어야 할 작품의 하나”라고 상찬했다.
황석영의 ‘손님’또한 “장편소설다운 이념을 가진 소설이자, 손님이라는 상징어가 말해주듯 역사적 비극에 현재적인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작가의 솜씨가 여실히 드러난다”면서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삼은 독특한 형식미를 갖춘 소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들의 작품과 달리 김영하의 장편 ‘아랑은 왜’는 “기법상의 현란함을 보여주었으나 이는 그야말로 기법의 낭비에 그쳤다”고 혹평했고, 윤대녕의 ‘사슴벌레 여자’에 대해서도 “구성이 정밀, 치밀하지는 않으며 사슴벌레 여자나 사슴벌레 통신의 상징성 역시 예전 작품들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간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사슴벌레 여자’는 윤대녕이 행해온 기존 단편작업에 약간의 변주를 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은희경의 ‘마이너리그’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는 여전해 보인다”면서도 “마이너리그 인간들의 배경에 역사를 삽입하는 방식은 기계적이고 도식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녀는 세속적 삶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자기의 귀중한 시선을 별로 깊지도 새롭지도 않은 철학을 되풀이 설파하는데 바치고 있는것만 같다”고 평했다.
배수아의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에 대해서도 “통속극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부자연스런 어투로 인해 등장인물들 모두가 배수아의 인형극에 등장하는 꼭두각시임을 자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을 가했다.
독서의 계절에 소장 문학평론가의 이같은 감식안은 소설읽기의 적절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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