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한 여름의 열기도 계절의 변화앞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벌써 9월 하순, 가을의 문턱을 넘으면서 새벽녘 공기는 서늘함을 넘어 가벼운 한기마져 느끼게 합니다.
이젠 한 더위로 헝클어진 몸과 마음을 다잡고 주위를 한번쯤 둘러 봐야할 때입니다.
석달 전 제가 대구에 부임하여 받은 첫 인상은 도시 전체가 일견 깨끗하고 신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무와 녹지 공간이 많고, 바둑판 같은 사통팔달의 도로망, 팔공산과 앞산의 싱그러움, 신천을 따라 길게 만들어진 공원시설과 시원한 분수는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오랫동안 동경하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람 사는곳엔 무질서란 없을 수 없는 일인가요.
공원 곳곳에 양심과 함께 버린 쓰레기들, 밤늦은 유흥가 주변의 고성 방가, 길가에 나 뒹구는 담배 꽁초들.
우리 교통 문화의 현주소는 어떻습니까. 배짱좋은 불법주차, 교차로 정체시 진입, 남들은 기다리는데 중간에 혼자 끼어드는 얄미운 얌체 차량. 이제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걸고 한번 바꿔 보면 어떨가요?
우리 경찰은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 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작년부터 경찰 대개혁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자평하고 있으며, 시민들도 공감하고 있지만 만족한 수준에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9월 한달을 “생활치안 확립의 달”로 정하고 경찰이 앞장서서 공원 주변청소도 하고 기초질서위반에 대해서는 계도와 단속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대회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구촌의 세계인이 우리와 우리 주위를 보러 옵니다.
이제는 세계속의 대구로 탈바꿈해야 할 때입니다. 우선 내 주위부터 깨끗이 합시다.
옛날 조상들은 소학(小學)으로 어릴때부터 물 뿌리고 비질하는 법(濾掃應對進退之節)부터 가르쳤습니다.
예로부터 양반의 고장, 충절과 예의의 고장, 대구인의 자존심을 되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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