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큰일 터지는 세상

한 장 남은 달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나치게 큰일에만 매달려 있었다는 느낌이다.
남북 문제, 노사, 교육, 의약분업 등. 그런데 앞을 내다보니 월드컵, 지자체 선거, 대선 등, 또 큰일들이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이렇게 큰일에 치이다보면 정작 챙겨야 할 기본적인 일은 소홀해지기 쉽다. 우리의 삶이 바로 그런 오류에 빠져있다. 긍정적인 일보다 불거진 비리나 문제에 온통 관심을 쏟아 놓고 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될 일을 그것이 귀찮아서 산을 허물고, 기계를 들이대는 것도 한 예이다.
옛날 중국에 자공이라는 사람이 여행 중에 시골 마을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노인은 깊은 우물에서 일일이 항아리로 물을 길어내어 밭에다 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무척 어리석어 보였다. 보다못한 자공은 그 노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여보시오. 노인장! 내가 물을 편하게 퍼올릴 수 있는 기계를 알려드리리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노력을 덜 들이고도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런데 그 노인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냅다 화를 내는 것이었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이 말하는 그 기계를 몰라서 이 짓을 하고 있는 줄 아시오?
나도 내가 지키려는 도(道)가 있소. 그 도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기계를 쓰지 않을 뿐이요.
내 몸 하나 편하자고 어찌 천하를 망칠 수 있겠오? 인간의 삶에 기계가 도입되면 그로 인하여 반드시 나태한 마음이 생겨나게 마련이오.
그리고 이러한 나태한 마음이 가슴에 들어박히면 인간의 본성은 해를 입게 마련이오.
본성이 상하면 신령스러운 인간의 생명이 제자리를 잃고 불안하게 되오. 신령스러운 생명이 불안하게 되면 인간 존재는 영영 도에서 멀어져 갈 뿐이라오.”
장자의 천지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 전에 벌써 편리함만을 좇아가는 인간들을 꾸짖고 있다.
이제는 그 편의가 지나쳐서 분수까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그 분수를 잊은 사람들이 공적 자금까지 삼켜 버렸으며, 나라를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지경까지 끌고 가고 말았다.
자신을 경계할 수 있는 통제력은 물론이고 이웃, 자연, 환경을 돌아보던 작은 마음들도 사라졌다.
이제 새해가 다가온다. 누구나 새로운 각오나 바람이 있기 마련이다. 올해는 다른 것은 다 젖혀두고 지나친 편리함보다 몸을 좀 더 움직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이웃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들이 번성했으면 좋겠다.
자연은 삶에 여유를 더해 주는 큰 텃밭이다. 이웃은 즐겁고 여유 있는 인간 관계를 열어 준다. 이웃과 자연만큼 크고 넓은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또 있을까.
올해 만큼은 산에 가서 너그러움을 배우고, 물을 보면서 겸손의 지혜를 배우며, 길가에 자리를 잡은 하찮은 풀에게서 작은 사랑을 배우고,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는 질서를 배웠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작은 마음을 키우자. 큰일에만 마구 휩쓸리지 말고 작은 마음으로 기본을 찾아간다면 오히려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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