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단합·선수선전 월드컵성공 관건

제 16회 한,일 월드컵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몇 년 동안의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출전할 32강의 면모가 드러났고, 지난 주말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조 추첨을 통하여 대진표도 작성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합된 힘으로 대회를 성공리에 치르는 것과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올림픽을 능가하는 이 꿈의 잔치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는 얼마나 설레었던가. 이를 준비하기 위하여 물심 양면에 걸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 왔던가. 삼천리 강토의 열기와 칠천만 겨레의 여망을 담은 축포가 세계를 향하여 곧 울려 퍼질 것이다.
선수들이 가는 곳마다 눈, 비 가리지 않고 성원의 깃발 드높이는 이른바 ‘붉은 악마들’의 움직임은 눈이 부시다. 애국심이나 봉사 정신의 발로 등 기본적인 칭찬은 덮어두고라도, 갓 태어난 아기로부터 사십대에 이르는 다양한 구성원, 일사불란한 조직력(?), 축구에 관한 해박한 정보의 보유, 등 수준 높은 그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어느 누가 박수를 아낄 수 있을까.
이렇듯 훌륭한 이들을 하필이면 왜 악마라고 부를까. ‘상대팀에게 위협적이고 익살스러우면서 강렬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라고 수긍을 해 보지만 앞부분의 붉은 색은 몰라도 ‘악마’는 너무 섬뜩하다. 차라리 도깨비라면 우습기라도 할텐데....
악마의 사전적 의미는 ①마 ②악이나 불의를 사람에 비하여 나타낸 요괴 ③남을 못살게 구는 아주 흉악한 사람이나 악령으로 풀이된다. 표현의 묘를 살려 ‘상대팀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라고 백 번 이해를 해 보지만 그래도 흉악한 사람이나 악령, 요괴를 벗어날 순 없다. 더욱이 ①의 의미처럼 ‘마’는 어떤 행위이고 간에 인간의 나쁜 행위에는 모조리 따라 다니는 글자이니 예를 들어 색마, 살인마 등이 그것이다. ‘울트라 저팬‘ 이라는 일본 응원단의 이름은 약하게 들리는가.
이미 국내외에 걸쳐서 많이 통용되었고, 축제를 코앞에 두고 있어 그 이름을 바꾸자고 선뜻 제기하기가 난처하기는 하다. 하지만 내 생각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비약하는 꿈과 패기로 뭉쳐진 우리 젊은이들의 함성이 높은 차원의 이미지로 부각될 수 있도록. 흥미로우면서도 강인한 의지와 행운을 동반하는 이름으로.
차라리 악동이면 어떨까. 한 글자만 바꾸어 좋은 뜻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악동은 행실이 나쁜 아이의 의미보다도 장난꾸러기라는 뜻으로 더 쓰여진 말이다. 해학과 재치가 넘치는, 겁이 없는, 개성이 뚜렷한, 늘품성이 있는 학생이란 말로 쓰여졌으며, 역사 속의 훌륭한 인물 중에는 ‘오성과 한음’처럼 소년 시절에 악동이었던 사람이 많았다. 그들의 일화 속에는 불의를 응징하는 정의감이 번뜩이기도 하였고,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와, 고루한 기성 세대의 아집과 편견을 비웃어 계도하는 신선미도 엿볼 수 있었다.
전통 민속놀이에도 서당의 학동들, 그 중에서도 악동들이 앞장서서 이웃 서당, 이웃 고을과 대결하는 가마싸움, 기싸움 등이 전래되기도 한다. 그들의 의협심은 고장의 일체감과 결속을 도모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였고 대결 속에서도 지금의 붉은 악마들처럼 괴력(?)을 보인 팀이 승리하였다.
고사의 장면마다 악동은 용기와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였으니 붉은 악마들을 ‘붉은 악동들’로 고쳐 불러 전통과 저력을 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여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웅비하는 조국의 모습을 만방에 떨치고 슬기와 용기로 미래를 헤쳐나가는 것이 새 시대를 열어 가는 젊은이의 기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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