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공적자금’ 국민 분노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7조원 이상의 재산을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빼돌렸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이상 뼈를 깎는 아픔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을 희생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도덕하게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것은 IMF고통을 경험한 우리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도덕적 해이가 왜 일어나는가? 근본적으로는 이해 당사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실기업 경우만 보더라도 기업주는 해당기업의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반면 일반 소액주주들은 정보가 없다. 따라서 기업주가 부실경영을 하고 이익을 부풀려 잡거나 손해를 축소해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견제할 수가 없다. 공적자금의 구체적 사용내역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은 정보가 없기 때문에 견제할 수 없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
도덕적 해이는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로 설정된 상황에서 나타날 소지가 많다. 문제는 권한을 위임받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대리인이 주인을 위해서 일하기 보다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취한다는 데 있다. 주인인 국민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자치 단체장을 대리인으로 뽑아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국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가 뽑은 대리인들은 국민들을 위하기 보다 그들의 입신영달과 재선을 포함한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뛰는 것을 볼 때 한없는 실망감을 느낀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행정을 열심히 하라고 뽑아놓았다. 그런데 행정은 뒷전이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모든 신경을 써서 되겠는가. 경주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질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여 시장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에 이르는 등 혼탁선거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 주민복지와 지역발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월드컵도 다가오고 이제 중국 축구팬 6만명과 전세계 축구팬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월드컵 특수를 준비해야 하는데 공익은 뒷전이고 사익추구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 정말 걱정이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리인의 양심을 믿고 막연히 대리인이 도덕적으로 열심히 일할것을 기대하기 보다 견제장치를 마련해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들이 대리인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리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열심히 업무를 하였는가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어 지속적으로 업무능력을 평가해야 하며 대리인의 공식적인 업무 스케줄까지도 주인이 알아야 한다. 서울시는 시장판공비 내역까지 공개한 바 있지만 지방중소도시에서는 여전히 감추고 쉬쉬하는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고 주변의 기본적인 알 권리조차 보장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시민단체 등은 정보공개에 관한 조례제정을 촉구하여 행정 업무에 대한 정보공개를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행정기관(대리인)의 비협조로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은 정보공개 요구를 끈질기게하여 주인 역할을 다해야 하며, 시민단체를 활성화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대리인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밝고 건전한 선진사회로 가기위해 정보공개와 공유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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