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과 2월은 대학입시의 희비로 얼룩지는 기간이다. 원하든 대학에 합격해서 기쁘고 혹은 떨어져서 섭섭함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올해 대학입시와 등록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장래가 보장된다는 의예과가 박 터진(?)지고 이과계열이 죽을 쑨(?) 사실이다. 수능 고득점자들이 서울인근 뿐만아니라 지방의예과라도 갈려고 그 명성이 높다는 서울대도 포기하고 몰리는 실정이니 더 말하여 무엇하랴.
하긴 명문대학 졸업해도 실업자신세라는 각 미디어 매체의 나팔소리에 기겁한 학부형과 수험생들이 적성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의대로 몰려 선호학과의 편중은 올해 특히 심했다.
더욱이 의약분업사태이후 재주는 정부가, 실리는 의약사가 다 챙겨 결국 국민만 이리 터지고 저리 빼앗기는 봉이되었다는 세간의 시각이고 보면 어느 누군들 의사가 안 될려고 하겠는가.
이런 경향을 꾸준히 주입시킨 일등공신은 의외로 TV와 TV드라마다. 우리나라 TV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군락이 바로 의사다.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의사는 점잖고 엘리트이며 투철한 사명의식을 가진 부유하고 안정된 직업으로 분류되어 의사선생님은 오늘도 TV에 출연중이다.
특히 주부 시청률이 높은 아침 시간과 드라마와 가족이 모두 모여 보는 저녁 가족드라마에는 어김없이 등장하여 일반인과 다른 차원의 세계를 그린다. 가까운 예로는 KBS TV‘우리가 남인가요’‘좋은걸 어떡해’‘동서는 좋겠네’등을 들 수 있으며 현재 방영분으로는 KBS 2TV의 ‘여자는 왜’‘골목안 사람들’ MBC 일일연속극 ‘매일 그대와’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아침드라마 ‘내 이름은 공주’등이 의사가 꾸미고 있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이런 TV의 행태는 시청자에게 직업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묵시적으로 강요할 수 있으며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과 오도를 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민영방송인 SBS는 다양한 직업군을 등장시키고 소개하는데 비해 국영방송인 KBS과 공영방송인 MBC가 더욱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는데 시나리오 작가는 그렇게 소재가 빈곤하고 타성에 물들었을까.
드라마 내용상으로도 남녀간의 결혼을 전제로 전개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의사를 특권계층으로 분류하여 타직업군은 ‘너 따위가 감히 의사를 넘봐’라는 식으로 시청자에게 압력을 가한다. 한편으로는 양의는 점잖고 지적이며 항상 현명하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반면에 한의사는 고루하고 고집이 센 직업의식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류다.
어쩌면 현재의 우리사회가 특정 직업군에 맹종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TV가 시청자에게 일방적이고 선정적인 시각을 주입한 결과의 부산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TV에서 설정한 의사관으로 인해 본래의 사명과 의술보다는 경제적으로 부를 향유하고 사회적으로 존경과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특권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뛰어난 젊은이들이 안정적이고 실리적인 길보다 미래를 보고 모험하고 연구를 하며 더 큰 세계와 다양한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길 간절히 희망한다. 더욱이 이런 우리 사회의 현상이 TV의 역기능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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