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동해수로 탐사를 위해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을 18일 출항시켰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측량선은 이미 독도와 가장 가까운 항구에 도착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냉정하고 적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일본이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수로 측량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총성 없는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일본은 측량선 활동에 맞춰 독도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에 나설 예정이고 우리도 해상 위기대응 훈련을 진행하는 등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양측간 무력 충돌 위기마저 느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의 수로 측량은 EE Z 문제에 국한된 듯하지만 결국에는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확대시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마당에 우리라고 점잖게 대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측량선 활동 과정에서 빚어지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

정부는 일본 측량선이 우리측 EEZ를 침범한다면 정선, 검색, 나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침범의 동기, 목적 등을 명확히 파악해 응분의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용한 외교를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실상 강경대응 입장을 분명히했다. 일본 측량선 출항은 표면적으로는 우리가 오는 6월 국제수로기구(IHO)에 독도 인근 해저지형 명칭을 울릉분지로 등록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로 여겨지지만 과거 행태로 볼 때 그 속뜻은 결국 독도를 차지하려는 데 있는 게 확실하다.

해저지형의 명칭만을 문제 삼을 일이라면 외교경로를 통해 얼마든지 협의하거나 시정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은 독도를 염두에 둔 막가파식 행위일 뿐이다. 우리가 일본의 이런 무분별한 행동에 대해 조용히 대응할 이유는 이제 사라졌다.

그동안 정부가 일본의 일탈된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이런 대응이 일본으로 하여금 그동안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에서부터 역사교과서 왜곡 등 인접국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저지르도록 하는 빌미가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정부는 독도기준 EEZ 선포 기점 설정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조속히 시행해야할 때가 됐다. 과거 정부의 EEZ 설정이 일본의 측량선 출항을 불러일으키는 등 앞으로도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번 기회에 독도를 EEZ 기점으로 삼아 일본 정부의 도발 의도를 원천 봉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때 제시됐던 독도의 실효적 지배 방안도 시급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EEZ 측량은 단순한 동해수로 탐사 및 경계 설정의 문제를 넘어 영토 및 주권, 자원 수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국회가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우리측 EEZ내 수로측량 실시 및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시의적절하다. 일본은 눈앞의 국익만을 내세워 인접국과의 분란을 초래하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만일 자국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일본은 지금이라도 측량선을 귀항시키고 자숙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