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뙤약볕은 뜨거웠고 아줌마들의 열기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흑백으로 갈라진 양 팀 인원은 각 서른 명씩 무려 예순 명이나 되었다. 나도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겁 없이 나오긴 나왔는데......발로 안되면 목소리로라도 기선을 제압해야지. 우리 팀 선수들과 둥글게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마침 세계적인 스타들의 화려한 경기를 마음껏 즐기는 월드컵 기간이 아닌가? 한 아줌마가 ‘난 한 골 넣으면 안정환처럼 김동성 세리머니를 할거야 ‘하더니, 스케이트를 타며 미끄러지는 폼을 잡았다. 모두들 ‘와’하고 웃으며, 축구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투로 한 마디씩 거든다.
어느 틈에 감독을 자처하는 몇몇 아저씨들이 나와서는 ‘특별한 작전이 있습니까. 무조건 골대까지 몰고 가 넣어뻐리이소.’ ‘슬슬 하이소. 공은 둥그니께 차면 굴러갑니다. 뻥 소리나게 차이소‘하고 껄껄대었다. 작전치고는 명작전이며, 감독 역시 명장이다.
나는 세 개의 공을 가운데 두고 각 대표들과 마주섰다. 운동장 한가운데 서니 골문까지의 거리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운동화 끈은 바짝 조여 메었으니 설마 신발만 날리는 일은 없겠지’ 심호흡을 하고 힘껏 공을 찼으나, 겨우 몇 걸음 앞에 또르르 굴러가고 말았다. 눈과 마음만 먼저 공을 따라가고, 몸은 항상 멀찌감치 떨어져 헛발질만 할뿐이었다.
그러나마나 슬슬 하라는 감독의 지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모두들 공을 향해 사력을 다해 달렸다. 뛰고 뺏고 엎어지고, 머리를 들이밀고 태클 한답시고 미끄러지고.....그야말로 개인기의 극치였다.
공을 따라 몰려가느라 먼지가 풀풀 날렸다. 뛰는 선수들보다 응원하는 남편들이 더 뛰어다녔다.
한 골도 못 넣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세 골이나 터지고 말았다. 물론 명작전에 따른 우리 팀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러나 지면 어떠랴 즐겁기만 한 걸.....얼굴 그은다고 이리저리 햇빛만 피해 다니던 아줌마들이 그 땡볕에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도 당당하였다.
‘아줌마도 축구 해요?’ 한 아이의 물음에 아줌마들은 ‘오, 필승 코리아’를 합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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