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앗아간 88올림픽 영광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와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악마들의 응원전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세계를 뒤흔든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장엄하기까지 했던 붉은 물결은 대한민국의 값진 자산이 됐다.
이같이 위대한 우리 국민들의 노력이 엉뚱하게 묻혀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치판의 싸움 때문에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와 붉은 물결의 저력이 국가발전의 동인이 되어야 하겠기에 말이다.
월드컵 성공을 계기로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래서 정치권의 정쟁 조짐은 불길한 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88서울 올림픽의 감격과 환희를 정치적 이슈에 묻어버렸던 경험 때문에 그렇다. 88서울 올림픽이 끝난 한달여후 시작된 청문회가 올림픽의 의의를 되새길 여유도 빼앗아 가버린 사실을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청문회는 88올림픽의 영광을 영원한 자산으로 가꿔 나갈 최초의 동력조차 묻어버리고 말았다. TV 드라마보다 흥미롭고 진지한 청문회에 푹 빠져 올림픽의 영광을 되새길 틈도 없었다. 여소 야대의 정쟁은 올림픽 개최국의 자부심을 앗아가 버렸다.
정권의 비리가 청문회를 불렀고 그 청문회는 곧바로 올림픽을 깊은 망각속으로 밀어넣고 말았다. 기막힌 업보였던 것 같다. 이같은 전철을 밟아온 우리는 그때와 너무도 흡사한 상황에 처해있다. 8월 재보선은 여야 운명이 걸린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5공 청문회가 올림픽 한달여 뒤에 열렸듯이 월드컵이 끝난 지금부터 1개월뒤에 치러지는 재보선은 그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된 듯 하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한치 양보없는 정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사활을 건 한판 승부로 판단하고 있는 여야의 정쟁앞에 월드컵의 값진 성과가 또 빛바랠까 심히 우려 스럽다. 대통령의 아들들 비리문제로 곤경에 처한 여건은 난국을 탈출 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게 될 것은 분명하다.
야당도 그냥 있을리 없다. 각종 전략을 통해 공격의 고삐를 죄일 것은 틀림없다. 여야가 사생결단의 태도를 보일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88올림픽의 영광과 자랑스러움이 정쟁에 묻혔듯이 월드컵 성공을 사회발전 계기로 삼으려는 국민적 의지가 정치인들에 의해 사그라들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와 붉은악마들의 응원전 성공 등 월드컵을 통한 우리사회 발전기반 구축 계획이 허사가 돼서는 안된다. 월드컵의 영광과 환희를 정치권이 악용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를 경계한다. 거리응원전에서 보였던 패기와 풋풋함에서 나오는 순수함을 통해 이런 것들을 극복해 내야 한다. 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렸듯이 하나된 모습으로 국력을 결집해 나가야 할 때다.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을 때 계층을 따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노래하면서도 색깔을 가리지 않았다.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전을 펼칠 때 지역이나 정당, 출신학교를 구분하지도 않았다. 월드컵의 영광을 정쟁에 묻어버리지 않으려면 우리 국민들의 보다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88서울올림픽의 영광이 정쟁에 묻혀버린 안타까움을 재현하지 않기위해서도 그렇다. 8월 재보선 때문에 태극전사들의 신화를 잊어서는 안된다. 차분하게 월드컵의 영광을 이야기하면서 정쟁의 시끄러움을 잠재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