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감독 사퇴표명후 한달 넘도록 진척 없어

포항스틸러스의 신임 감독 선임이 해를 넘기게 됐다.

포항은 지난 5일 최순호 감독이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브라질 출신 감독 등을 상대로 영입 협상에 들어갔지만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진척이 보이지 않고 있다.

포항구단은 최순호 감독의 임기가 연말까지로 돼 있어 이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후속 사령탑 인선시기를 내년으로 미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전남드래곤즈, FC서울, 성남일화 등이 발빠르게 감독교체를 단행,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전남은 프런트와 마찰을 빚어온 이장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허정무 전 대표팀 수석코치를 복귀시켰고, FC서울은 광양에서 쫓겨난 이장수 감독을 품에 안았다.

또 성남은 차경복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사령탑에 김학범 코치를 승격시켜 자연스레 지휘봉을 물려받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포항은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후속 사령탑 인선을 매듭짓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포르투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김현식 대표가 직접 감독 영입에 나서고 있어 후임 감독 인선의 윤곽이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김현식 대표는 감독 영입은 물론 외국인 선수의 연봉협상에도 직접 간여, 구단 담당직원들 조차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모르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용병영입과 선수계약 등 업무를 담당하던 구단의 모 직원이 용병비리와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면서 업무공백도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달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프로축구 개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의 경우 국내 적응기간이 길 수밖에 없어 내년 3월 1일 킥오프되는 2005프로축구 개막에 맞춰 얼마나 팀을 정비할지가 미지수다.

이에 앞서 당장 내년 2월 국내에서 열리는 한·중·일 대항전인 A3대회의 지휘봉을 누가 쥐는 지도 불분명하다.

포항구단은 외국인 감독이 오더라도 A3대회 때까지 최순호 감독이 자문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퇴진을 결심한 최 감독이 얼마나 의욕을 가지고 임할지가 의문이다.

더구나 포항은 이민성, 김종천 등 FA선수들과의 연봉 재계약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가운데 코난, 까를로스 등 방출된 외국인 선수를 대치할 용병 영입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단의 모 코치가 브라질로 직접 날아가 후보자를 2,3명 가량으로 압축, 내년 초 한국으로 불러 테스트한다는 정도만 결정된 상황이다.

1년 연장계약 방침인 산토스와 완전 이적을 바라는 따바레즈와의 협상도 금액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2년 만에 도전한 챔프 꿈이 무산된 포항이 남은 2개월 동안 감독선임, 선수단 정비 등 쌓여있는 난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고 차질 없이 시즌을 맞이할지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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