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숙 사진展’ 16일까지 포항문예회관

‘소멸’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지난 12일부터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는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6일까지 ‘소멸의 미학’을 주제로 한 오경숙 사진전.

사라져가고, 쓰러져가고, 종말을 맞는 자연의 모습들은 흔히 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것이 사진으로 혹은 그림으로 표현될 때 ‘예술적 감흥’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오경숙씨는 보여주며 사진에도 철학이 있음을 각인시키고 있다.

‘소멸의 미학’이란 매우 특이한 주제를 선택한 것도, 작품 하나하나에 제목을 붙이는 대신 한 두 줄의 싯귀로 작품 내용을 설명한 것도 특별하지만, 200호 안팎의 대작들과 미시적 앵글로 대상의 섬세한 모습을 잡았다는 점 등에서도 매우 특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낡고 얼룩진 담장에 능소화 넝쿨이 올라가고, 거기 꽃이피고, 봉오리를 맺는 작품, 수련 잎들이 시들어 가는 모습, 낡은 담벼락에 잎진 담쟁이 넝쿨이 붙어있고, 마른 줄기에 까만 열매가 맺혀 있고 지난 해 담쟁이 발이 남아있는 광경, 산비탈에 허물어져 가는 초가집이 있고 집앞 텃밭에서 호호백발의 노파가 밭일을 하고 있는데 산에는 산벚꽃이 피고 집 뒤에 살구꽃이 피어 있는 봄날의 정경을 담은 사진, 보리이삭 한 줄기가 보여주는 ‘빛의 미학’, 풀줄기 하나 위에 물방울이 맺혀있고 그 물방울 속에 풀잎들이 비쳐있는 자연의 신비를 표현한 작품 등은 ‘사진예술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노거수 회원이기도 한 오경숙씨는 지역 산하의 풍경을 작품 속에 많이 담았고,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도 여러 편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도 말 목장에서 숫말과 암말이 다정한 모습으로 서 있고 새끼 말이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말가족’의 정겨운 모습은 평화의 상징이다.

연출이 전혀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음으로써 자연의 절묘한 조화와 철리(哲理)가 잘 나타나 있어 ‘도(道)는 자연을 본받는다’란 ‘노자(老子)의 자연철학을 사진미학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자연이란 이렇게 심오한 아름다움과 철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오경숙씨는 사진작품을 통해 명료히 보여주고 있다.

문학적 향기를 담고 있는 한 두줄의 설명은 사진을 감상하는 감동을 한층 더해주기도 한다. 자연이란 한 편의 서정시와 같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하나의 또 다른 시작’임을 오경숙씨의 작품들은 은유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자연은 ‘부증불감 불구부정’의 세계임을 작품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