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라크전에 의료·공병부대를 파병결정할 때보다 훨씬 격렬한 논쟁이 재연될 것

이라크 전후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이 동맹국 및 이해당사국에 본격적인
`고통분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은 지난 3~4일 미래 한·미동맹 4차회의에 참석한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를 통해 이미 파견된 의료 및 공병부대(675명)외에 추가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추가파병 왜 요청했나=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추가 파병을 요청한 배경은 지난
7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대국민연설에 잘 나타나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라크 국민과 자유수호를 위한 테러리스트 분쇄 및 척결
▲이라크 재건을 위한 다른 나라들의 지원 확보 ▲이라크의 안보와 자립을 위한 이라크 국민
지원 등 전후 처리에 있어서의 3가지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같은 3가지 전략목적을 달성하기위해 부시대통령은 차기 회계연도(2003.10~2004.9)의 대(對)
테러전 비용으로 의회에 8백70억달러를, 유엔에는 다국적군의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다.
한국군 추가 파병 요청 역시 유엔 다국적군 파견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부시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유럽과 일본, 중동국가들을 구체적으로
지원대상국으로 거명했는데 동맹국인 한국 역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파병 병력의 성격과 규모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이 전투병으로 한정해
파병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규모 역시 추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여단 규모(4,000명)의 병력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파병 이뤄질까=정부는 일단 미국의 추가 파병요청에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정치권에서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 사실이 제기됐는데도 정부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를 부인하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이 또한번 파병여부를 둘러싼 국민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미국의 파병요청이 우리 정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내에서는 표면적인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추가 파병의 불가피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핵위기를 해결하기위해 한·미공조가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파병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다국적군 규모와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추가파병은 사실상 치안유지를 담당하는 전투병 파병을 의미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바그다드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을 정도로 현지 정세는 불안정하다. 이는 정부의
결정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앞서 이라크전에 의료·공병부대를 파병결정할 때보다 훨씬 격렬한 논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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