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5, 6일 이틀동안 워싱턴에서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가졌으나 파병부대의 성격과 규모, 파병시기를 둘러싸고 상당한 의견차를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6일 발표한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교체는 한국의 파병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교체계획은 복무기간 만료와 대체예비군 소집에 필요한 절차 때문에
나온 것이다. 미국 예비군은 총 18개월간 동원되며 이중 6개월은 훈련을, 나머지 1년은
이라크에서 주둔하게 된다.
이날 소집명령을 받은 예비군들은 내년 4월쯤 이라크에 투입될 예정이다. 따라서 다국적군 중
가장 비중이 큰 한국군의 성격과 규모, 파병시기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교체계획도, 한국의 파병지역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측은 한국이 독자적 작전능력을 지닌 사단급 규모를 파병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특정지역을 맡기고 미군은 빼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측은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규모를 여단급으로 줄여도 좋지만 전투병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군은 101사단이 있는 모술 등 북부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측의 희망대로 공병과 의무병 위주의 부대가 될 경우 독자적인 지역을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군이나 다국적군의 휘하에 배속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엔 중·남부 지방으로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경우라도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하므로 가급적 빨리 결정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전투병을 보내기로 한다면 교체시기를 맞추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
파병에 필요한 병력을 소집해 훈련하는 데는 최소한 2~3개월이 필요하고, 여기에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4월까지 맞추기가 빠듯한 실정이다.
워싱턴의 한 군사소식통은 “부대가 한번 배치되면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도 한국측의
파병 여부 때문에 최종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대해 파병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미국측이 우리의 제안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강경한 반응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정부는 대표단이 귀국하고, 이라크 2차 조사단이 돌아오는대로 그 동안의 자료를
종합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면 재검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16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한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담판이 파병 논의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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