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대검을 방문, 송광수 검찰총장을 만나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테니 가급적 빨리 끝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검찰이 LG홈쇼핑을 전격 압수수색한 다음날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30포인트 가까이 빠지면서
780선까지 무너졌다. 특히 LG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날은 검찰이 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소환해 밤샘조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날이기도 하다. 검찰은 전날 금호산업 등 금호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건네 받았으나 불충분하다고 보고 추가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오후 취임 일주일째를 맞은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대검을 방문, 송광수 검찰총장을
만나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테니 가급적 빨리 끝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잘못된 일을 정확히 파헤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검찰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송 총장은 강 회장에게
"경제에 주름살이 가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수준까지 수사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자들에게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송 총장은 20일 아침에는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이례적으로 "경제 문제는 검찰도 충분히 걱정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도 "고심해서 결정하고 있으니 우리를 원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을뿐 좀처럼 수사의 고삐를 늦출 테세가 아니다.
검찰은 경제에 미칠 영향보다는 일단 최대한 수사를 빨리 마무리 짓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이 볼멘소리를 하면 할수록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줘야 빨리 끝낼 것 아니냐고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검찰은 기업 관계자들의 소환과 관련,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의 경우도
비밀리에 소환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밖에 다른 기업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거나 관련 기업 관계자가 이미 조사를 받고 돌아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수사가 벽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오히려 수사 대상 기업의 범위를 전방위로
넓혀가면서 더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동안 경제계에 미칠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LG홈쇼핑의 경우에서 보듯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업의 이미지는 크게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불법 정치자금을 정치권에 건넨 것으로 드러난 기업은 회계 투명성은 물론이고 과거 실적이나
앞으로의 전망까지 모두 믿을 수 없게 된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무더기
주식 매도,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LG홈쇼핑 등 본보기로 수사에 착수한 기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불똥은
다른 기업으로 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주가 폭락과
경기 침체, 그리고 내수 위축과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검찰발 폭풍에 경제계 전반이 수렁으로 빠져들 위험까지 있다. 경제계는 숨을 죽이면서
검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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