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가 27일 이승엽(27)의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긴급
입수해 바비 밸런타인 감독에게 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밸런타인 감독은 "타격이 뛰어나다"고 합격점을 내린 뒤 구단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밸런타인 감독은 그동안 "이승엽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구단의 접촉설을 부인했다.
밸런타인 감독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는 시게미쓰 아키오 구단주대행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시게미쓰 구단주대행은 이날 이승엽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지시하며 밸런타인 감독과도 곧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게미쓰 구단주대행은 '감독의 동의'를 전제로 달며 예의를 갖췄지만, 사실상 26∼27일
이틀간 밸런타인 감독과도 의견조율을 끝낸 것으로 보여 이승엽의 영입전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롯데가 이승엽에게 갑자기 눈을 돌리게 된 것은 한국프로야구 SK 출신인 내야수 호세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 협상이 불발에 그쳤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는 올시즌 타율 3할3리에
32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페르난데스가 지난해 SK에서 45홈런을 기록했을 때
이승엽이 47홈런으로 홈런킹에 올랐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96년부터 8년간 6개팀 중 3위권에 든 적이 없을 만큼 긴 부진의 늪에 빠지자
올시즌이 끝난 뒤 장기집권을 하던 야마모토 감독을 전격 해임하고 밸런타인 감독을 영입,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밸런타인 감독은 팀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기 직전인 95년 지휘봉을 잡아
리그 2위까지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롯데는 최근 몇년 동안 일발장타의 거포가 없는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 이승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승엽의 영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입장 정리를 한 롯데는 일단 한국쪽 실무자들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협상안 마련에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이승엽을 직접 만날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12월 한달 동안 이승엽과 메이저리그 출신의 거포 몇명을 후보 리스트에 올려놓은 뒤 저울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125만명의 관중을 동원한 롯데는 밸런타인 효과를 등에 업고 내년에는 '200만
관중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 속에 전례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하면 흥행면에서 빅카드로 작용할 '아시아 홈런킹'의 영입이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다. 롯데가 이승엽의 일본 진출 명분을 세워주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밀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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