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코로만형 간판 김인섭 ‘금 굴리기’

‘진정한 챔피언이 돼 명예롭게 은퇴한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간판인 경북체고 출신의 김인섭(31·삼성생명)이 선수생활의 마지막 무대인 아테네올림픽에서 ‘금 굴리기’ 시동을 걸었다.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김인섭은 24일(한국시간)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서 열리는 대회 그레코로만형 66kg급 조별리그에 출전,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 25일 준결승을 거쳐 금빛 메달을 바라보게 된다.
태릉선수촌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칼날을 갈던 지난달 첫 아이를 얻어 아빠가 된 김인섭이 이번 대회에서 애국가를 울려야 할 이유는 적지 않다.
지난 98년 세계선수권 58kg급 우승 이후 한때 41연승까지 줄달음치는 등 무적 신화를 이뤘고 지난 99년 세계선수권 2연패, 아시안게임 2연패(98 방콕, 2002 부산), 올 아시아선수권 우승 등 세계를 좌지우지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만져보지 못했던 것.
만약 김인섭이 아테네에서 금빛 메달을 굴린다면 4대 주요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한국에서는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던 심권호 코치가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김인섭은 적수가 없다던 시드니올림픽 때 무난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손가락과 늑골 인대를 다치는 악재로 은메달에 그친 아픈 기억이 있다.
체중 감량의 부담 등으로 부산 아시안게임 뒤 은퇴하려 했으나 한번만 더 도전해보라는 주위의 강력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고 다시 매트위에서 피나는 훈련을 반복해왔다.
그랜드슬램말고도 금메달을 따야할 이유가 또 있다.
자연분만을 위해 엄청난 산통을 겪다가 끝내 제왕절개로 첫 아이를 출산한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재성이에게 값진 선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 김정섭(삼성생명)과 국가대표 형제 레슬러로도 유명한 김인섭은 이를 위해 올 초부터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통해 파워를 보강했고 옆굴리기 등 기술의 완성도도 높였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남자팀 주장이기도 한 김인섭에 필적할 상대로는 지난 98년과 99년 세계선수권자인 마누키안(카자흐스탄)이 꼽힌다.
둘은 99년 똑같이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으나 당시에는 마누키안이 63kg급에 나와 체급이 달랐다.
심권호 코치의 특별 지도를 받은 55kg급의 임대원(삼성생명)도 김인섭과 함께 출전, 메달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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