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자동차부품·안경 등 원가부담 가중

"국제유가가 다소 내렸다고 하지만 체감적으로달라진게 없습니다.
원자재에 이어 연료비 부담마저 커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고유가가 계속된다면 공장문을 닫을수 밖에 없습니다"경북 구미지역에서 중소 제조업을 운영하는 한모(45)씨는 지난달 이후 월 30%이상 늘어난 원가부담에 한숨만 나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씨는 올 연초부터 원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로 어려움을겪다가 유가인상에 따른 연료비 20-30% 추가부담으로 이젠 완전히 적자로 돌아섰다며 허탈해했다.
대구·경북지역의 주종산업인 섬유업을 비롯한 자동차부품, 건설업 등 전반적인제조업이 수출부진에다 유가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급증으로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섬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미 화섬원료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30-40%나 급등한데다 수송비 부담마저 크게 늘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벙커C유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지역 200여개 염색업체들도 7월중 벙커C유 가격이 ℓ당 320원대로 상승하면서 연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 국제시장에서 중국에 밀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따라 벙커C유 의존도가 20-30%에 이르는 지역 염색업체들은 자체 열병합발전소 건립이나 도시가스, 석탄 등으로 연료 전환을 모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지역의 7월중 수출은 섬유와 안경테 등의 부진으로 지난 6월에 비해 5천만달러 가량 감소한 32억2천만달러를 기록했고 올들어 6월까지 매월 40%이상을 기록한 수출증가율도 30%대로 떨어졌을 뿐만아니라 하반기 수출전망마저어두운 실정이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43달러선으로 다소 하락했으나 실제로 지역업체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거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 당분간 지역경제가 받는 타격은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휘발유 ℓ당 1천400원, 경유는 1천원에 육박하는 기름값으로 인해 완성차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완성차업체들로 부터 납품단가 인하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출 채산성까지 악화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성서공단내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원자재인 플라스틱, 아연도강판 등의 가격이 고유가 영향으로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경우 앞으로 적자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진국과 중국사이에서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경업계도 원가부담을 수출단가에 반영할 경우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경업계 관계자는 "채산성을 맞추려면 수출단가를 5-10% 올려야 하지만 우리의절반가격인 중국 제품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출혈경쟁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환율마저 하락해 영세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도 원자재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학제품인 스티로폼은 지난달 말까지 장당 7천원에 거래됐으나 이달들어 8천300원으로 20% 가량 올랐고 고층아파트 구조물과 교량 박스 등에 사용되는 후판도 t당62만원에서 68만-78만원으로 올랐으나 품귀현상으로 생산물량의 70%가 선박제작용으로 공급돼 건설용은 연초부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또 철근도 최근 국제 고철가격이 t당 310달러로 올라 조만간 국내 철근값이 10-20%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돼 자재난에 따른 건설현장의 공사차질이 우려되고 있는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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