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의해 이른바 ‘해외출장 심의위원회’란 것이 구성됐다. 공직자들의 해외출장을 놓고 하도 말이 많으니 “그 타당성을 논의·심의해서 통과될 경우에만 해외출장을 가도록 하자” 해서 생긴 제도이다.
그러나 당초부터 이 위원회는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예칙이 무성했다. 이 위원회는 ‘審議’에 초점이 두어진 것이 아니라 ‘말썽의 희석’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의를 통과했는데 무슨 잔소리냐”라고 말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기 위한 제도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원회 구성에 있었다. 가령 시민단체대표나 지역주민이나 학계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면 공무원의 해외유람은 상당히 봉쇄됐을 것이다. 그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해외출장이 허용됐을 것이고, 제도의 취지도 제대로 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구성비를 보면 지방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대구시의 경우 심의위원 7명중 5명이 시의원이다. 이런 위원회를 가지고 심의를 하니 이것이 바로 눈감고 아옹하는 식이고, 납세자인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대구시의회는 금년들어 이미 세번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다시 이달 중순경 7박8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나갈 예정이다. 매번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모두 통과되었다. 시민단체 대표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했던 것이다.
심의위원으로 선정된 대구참여연대 관계자는 최근 심의위원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나가보니 이미 여행업체와 계약이 끝난 상태였고 심의결과가‘不可’로 나와도 여행업체에 위약금을 물어야 하니 시민의 혈세는 새는 것이다. 혼자 반대해봐야 소용이 없다. 결국 ‘찬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모순을 가지고 있는 심의위원회라는 것이다.
심의위원회가 다시 구성돼야 한다. 지방의원, 공무원 등 ‘심의 대상자들’이 심위위원으로 대거 선정돼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이 가소로운 모순부터 깨지 않으면 안된다. 납세자를 우롱하는 ‘행자부 지침’부터 타당성 있게 고쳐져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