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많이 변했다. 그 변화의 특징을 ‘있음과 없음’혹은‘많음과 적음’으로 기술할 수 있다. 먼저 도시는 흙을 만지고 땅을 밟기 어렵다. 아스팔트와 보도 블록과 콘크리트가 도시를 포장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자연하천이 복개공사로 점차 사라졌다. 주변의 산도 볼수 없다. 고층아파트들이 가로막았다. 자연과 점차 단절되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에 넘쳐나는‘물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동차 물결이다. 사람의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돼버렸다. 자치단체 도시계획의 중심개념은 새로운 길을 내고 포장하는 사업이다.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몰아 내야한다. 자전거 또한 자동차의 방해물이 돼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 도시는 매년 1만 명당 10명 이상이 길을 걷다가 사망하여 세계 최악의 ‘보행 지옥’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고, 교통사고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46.6%로 마음놓고 걷을 수 조차 없는 도시이다.
또 볼 것이 너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건물 벽이나 전신주 등에는 광고물로 ‘나만 봐달라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디 그것 뿐인가. 주변도로와 인도에도 깃발 광고물과 돌출간판들로 넘실대고 있다. 크고 밝고 눈에 잘띄는 간판을 설치하여 아주 자극적이다. 거기다 소리까지 동원하여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간판과 소음이 갈수록 심각한 도시가 되고 있다.
포항과 구미 등 경북도내 주요시가지들도 예외없이‘많음의 도시 특징’을 표출하고 있다. 자연과 멀어진 도시, 자동차 중심의 도시, 소음에다 어지러운 이미지가 넘치는 도시로 말이다. 개발과 주민 생존의 논리에 밀려 행정이 규제를 가하지 않는 탓이거나, 아니면 단체장들이 질 높은 도시 발전의 비젼이 없거나, 그런 비젼을 갖고 있더라도 별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환경를 그냥 방치할 때가 아니다. 집행부, 시의회, 사법당국이 힘을 합쳐서 규제를 강화하고 강도 높은 단속·계몽활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래야 ‘균형잡힌 인간적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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