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속담 어느 하나 틀린 것이 없다. ‘여름 손님 범보다 무섭다’는 속담은 여축없이 들어맞는다. 유교시절에는 요새 같은 피서문화가 없어서 남여가 분별없이 바닷물에 뛰어드는 일이 없었고, 겨우 죽부인이나 竹奴를 껴안고 밤잠을 청하거나, 뒷뜰에 물대야 놓고 발이나 담그는 피서이 고작이었다.
손님이 오면 우선 의관을 단정히 해야하므로 남자들은 무더위에 덧옷까지 입어야 하고, 여자들은 손님 대접용 ‘더운밥’을 지어야 하므로 아궁이에 더 자주 불을 때고 반찬도 몇가지 더 마련해야 하고, 옷도 가볍게 입을 수 없다.
범보다 무서운 여름손님은 지금도 그대로다. 특히 동해안 피서 휴양지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 닥치는 것이 범 닥치는 것보다 무섭다고 한다. 각 자치단체들은 지역재정을 위해 “휴가를 고향에서 보냅시다”라는 권유문을 출향인사들에 보내고, 지역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면서 피서객 유치활동을 벌이니 손님들은 더 밀어닥친다.
“주인 덕 보여주는 손님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지금도 주인에 폐끼치는 손님이 많다. 멀리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가겠다” 연락을 하면 반가운 기색으로 “그래, 오너라” 하기 예사인데, 오는 사람은 한건이지만 맞이하는 사람은 여러건이다. ‘손님뜸질’을 해마다 하는 동해안 사람들인데, ‘청정해역 회맛’을 대접하지 않을 수 없으니 경제적 손실도 이만저만 아니다.
직장인들은 ‘낮에는 휴가 간 동료의 일까지 하고, 저녁에는 피서 온 손님 접대’로 심신공히 피곤하다. 경주시민들은 골프때문에 더 고달프다. 북킹해달라, 콘도 잡아달라, 부탁이 많은데, 이미 예약 다 끝난 때에 어거지부탁을 하니, 아예 연락을 끊고 숨어살듯이 하는 직장인들도 많다는 것이다.
피서라 해서 어디를 찾아가는 것은 더위를 피해가는 것이 아니고, 더위를 마중가는 것이다. 차는 막혀 뜨거운 한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바닷가에 가봐야 북새통이고 쓰레기천지여서 열이 더 받힌다.
휴가기간을 여름철로 정한 것은 잘못이다. 연중 어느 때라도 각자 좋은 계절에 휴가를 떠나도록하는 방침을 정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