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피해자 어느 누구든 가슴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지만, 특히 영천3남매의 일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이다. 7살 난 딸 수미, 6살되는 딸 난영, 그리고 4살 먹은 아들 동규는 부모를 모두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다. 어머니 박정순(31)씨의 장례식날에는 온 국민이 내가족의 일처럼 눈물을 흘렸다.
박정순씨는 IMF이후 직장을 잃고 시름시름 앓던 남편과 지난해 1월 사별했다. 대구에서 시댁이 있는 영천으로 온 후 박씨는 학교식당에서 일해왔고, 영양사가 되기 위해 대구시내 요리학원에 다녔다. 그러던 중 지하철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녀는 휴대폰으로 시어머니에게 유언을 전했다. “어머니, 애들 좀 부탁할게요. 저는 죽지 않아요. 제발 부탁하게요…”
그러나 그녀는 까맣게 탄 시체로 돌아왔다. 그녀의 유품을 보고 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맏딸 수미는 “내가 울면 동생들이 따라 운다”며 눈물을 삼켰고, 막내 동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죽었어. 엄마 죽었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이런 자녀들을 남기고 그 어머니가 어찌 눈을 감았겠는가. 영혼만은 죽지 않고 살아서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다.
이들 3남매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서고 있다. 아산재단은 3남매의 대학공부까지 학비를 부담하고, 한국야쿠르는 ‘사랑의 손길펴기회’는 매월 100만원씩 10년간 생활비를 약속했다. 또 연애인 김남주씨는 2천만원을 보냈고, 연기자 박상원씨도 사고현장을 찾아와 유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후원을 약속했다.
이들 3남매를 위한 성금은 앞으로도 속속 답지될 것이다. 여기에 보상금을 합하면 수억원이 될 것인데, 그 돈이면 이 천애의 고아 3남매가 어려움 없이 공부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재산을 관리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할머니는 너무 나이가 많다.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있는 ‘후원회’를 구성해서 이 돈을 허실 없이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악한 사람들도 많다. ‘산골소녀 영자’가 유명하게 되자, 돈을 노린 자들이 그 아버지를 살해했고, ‘영자’는 인간에 비애를 느끼며 산속으로 들어가 비구니가 됐다. 영천 3남매에게는 결코 이런 불행이 없어야 한다.
영천시 화남면의 면장, 시의원, 파출소장 등 공인과 친인척 등 5명내외로 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광범하게 지혜를 모우고 최선의 대안을 찾아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후원회의 기금관리에 문제가 생겨 이 가련한 3남매의 가슴에 또 못을 박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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