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타깝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충남 예산 서 아무개 초등학교 교장의 죽음을 두고 교육현장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여론이 크게 갈리는 분위기이다.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가족과 전국 초등학교 교장단체협의회와 몇 교육관련 단체에서는 전교조의 협받 때문에 서 교장이 자살했다고 주장하면서 전교조를 비난했다.
반면 전교조 측은 서 교장의 죽음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채 전교조가 마녀 재판식으로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측은 서 교장의 장례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되레 서 교장이 전교조 측에 사과한 사실을 두고 일방적으로 서 교장을 몰아붙였던 교장단 회의에 혐의를 두었다.
서 교장의 장례식도 끝나고 이제 경찰에서 본격적으로 서 교장의 죽음의 직접적인 사인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있다는 보도도 보인다. 그러면 서 교장이 죽음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의 일부라도 밝혀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태를 두고 내가 느낀 바는 우리사회의 오래된 냄비근성이다. 서 교장의 죽음을 불러 온 교육계의 근본적인 문제, 구조적인 결함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과정은 생략한 채 서로 상대 집단을 매도하고 비난하기 바빴다. 게다가 사실(팩트)을 보도해야할 보수 언론의 태도도 언론이 취해야할 정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보수언론의 전교조 매도사태는 과거 군사정권시절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이전에 언론이 전교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붙이던 것과 비슷한 모습을 재연해 우리 언론의 하이에나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겉으로 불거져나온 교육계의 갈등을 두고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시, 도교육청, 교직단체, 교사, 학부모 등이 두루 참여하는 ‘교육현장 안정화추진단’을 구성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교육계의 안정은 교육계만의 안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안정되어야 교육계도 안정된다. 교육계 나름의 방책도 요구되지만 그것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안정에도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빈부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서울에 평당 3천만원하는 특권층 아파트가 생기는가하면 반면 자기 집 없는 사람의 비율이 전국적으로 60%나 된다는 조사결과 있다. 게다가 서울역, 대구역 등에 보이는 노숙자의 숫자도 줄어들기는 커녕 다시 늘어나가 시작하고 있다는 보도도 보인다.
이뿐 아니라 사회지도층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는 가히 부패공화국을 연상케한다. 최근 청와대의 한 인사담당자가 노무현 정부의 장관 임용과정에서 후보로 꼽히던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를 스크린해봤더니 자신도 놀랄만큼 많은 해당자들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부를 모우고 권력을 좇았던 것으로 밝혀져 허탈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최근 국내 3대 재벌에 해당하는 모 재벌이 분식회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외적으로는 우리나가 전체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그 기업 자체는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 정의의 잣대를 만들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관행을 세우는 일은 우리 사회, 특히 교육계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편법이 난무하고 부패한 사회현실에서는 사회이고 교육계이고 안정이 될 까닭이 없다.
서 교장 사태로 빚어진 문제 가운데 우리 교육계가 해야할 최우선 정책은 기간제 교사의 권익을 제대로 보장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1만7천700여 기간제 교사는 150만원(세금 포함) 정도의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급료를 받으면서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온갖 잡무를 담당하고, 그러면서도 1년마다 재계약해야하는 불안정한 신분으로는 제대로 교육이 될 까닭이 없다.
이것은 교사 자신뿐 아니라 배우는 학생의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서 교장 자살의 최초 단계에 바로 교장과 기간제 교사의 갈등이 있었다. 교실에서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의 처지인 이 두 사람의 불협화음이 불행하게도 문제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 서 교장의 죽음은 우리 교육 현실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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