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만이 가진 질병인 이른바 ‘농부병’이 예상외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고령군보건소가 계명대학교 의학교실에 의뢰해 관내 138명의 특용작물재배농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무려 82%나 되는 113명이 ‘하우스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농민들은 고온다습하고 공기 탁한 비닐 하우스에서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허리 등 척추계통은 물론이고 두통, 만성피로, 호흡기 질환에다 팔 다리 근육통등 근골격계 질환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쯤되면 농민들을 걸어다니는‘질병의 백화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우리 농촌의 여건상 농민들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쓸 겨를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 외국농산물 때문에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처지에 건강을 돌보는 것은 오히려 사치나 다름없는 게 오늘 우리 농민들의 딱한 현실이다.
상당수 농민들이 진통제에 의지해서 살아갈 정도라면, 우리 농업과 농촌이 중병에 걸려 있는 것이나 같다. 농민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따라서 “농민들이 건강을 잃으면 농촌을 잃고 농업을 잃고 양식을 잃고 마음의 고향까지 잃는다”는 평범한 상식을 깊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나 지자체당국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하겠다.
농부병에는 찜질방이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이미 일부지역 농협이나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이 자치센터에 찜질방 등 피로회복실을 넣어 농민들의 쉼터로 운용하고 있다 한다. 예산문제가 다소 벅차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크게 어려운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현재 각 지자체에는 비어 있는 동사무소 가 적지 않다. 이들 빈 공간을 헛되이 놀릴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간강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농민들 스스로도 건강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비닐하우스 옆에 휴게실을 마련해 두고 적당한 휴식을 취한다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농부병 전문병원을 설립해야한다.
평소에 땀이 많이 나고 피부가 가렵거나 발진이 생기고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농민들이 이 지경이 될때까지 무관심한 정부나 지자체당국의 책임이 크다. 이제 농민들의 질병도 직업병 차원에서 접근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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