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시도내 여러 지역들도 사정이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특히 포항지역의 경우는 교통신호기가 지나치게 많다는 소리가 전부터 높았다. 솔직한 느낌대로 표현한다면 교통신호기들이 도로상에 빨래줄처럼 어지러이 널려 있다.
전문적인 판단을 접어두고라도 과연 그만큼 많은 수의 교통신호기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도로교통의 원활한 정리를 위해 필요하다면야 숫자가 문제시될 리 없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통신호기를 설치하는 제1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보행자의 편의와 안전의 보장이지만 주변의 교통흐름이나 운전자의 편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원칙이다. 요즘같은 ‘1가구 1차 시대’에 있어서는 후자가 도심환경이나 공익차원에서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민원이 있다고 무조건 세울 게 아니고, 주변 교통량과 간격, 통행 인구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게 전체 포항시민을 위해서는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포항지역에 설치돼 있는 교통신호기들 중 몇%가 그같은 원칙을 따랐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예컨데 북구 용흥동 연하재에서 남부고가교 사이 구간은 간격이 1Km밖에 안되지만 무려 6개의 교통신호기가 첩첩이 들어서 있고, 그것도 4개는 점멸신호기다. 보행자가 많은 도로도 아니고, 별 의미없이 깜박거리고 있는 점멸신호기가 운전자들의 시야만 흐리게 할 뿐인데도 그렇게 많이 세워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시내의 다른 지역 역시 불합리한 것이 적지 않다.
이쯤되니 시민들이 경찰당국을 곱게 볼 리 없을 것은 극히 당연하다. 1기에 3천여만원씩이나 하는 교통신호기가 꼭 필요치 않은 곳에 무분별하게 세워져 있다면 그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예산낭비다. 또 일각에서는 업자와의 유착의혹까지 일고 있다. 5공시절 대구에는 주택가 골목까지 교통신호기를 설치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던 적이 있었는데, 업자와 유착한 일부 정치인들과 부도덕한 공무원들 때문이었고, 그 후유증이 상당기간 시민들의 짐이 됐던 것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같은 폐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가. 당국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교통신호기들을 정비해야 한다. 국가감사기관은 예산낭비가 없었는지 감사를 실시하고, 교통신호기 설치 여부를 심사·결정하는 규제위원회는 제구실을 다해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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