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항, 경주, 영덕 등 우리지역에서 준비한 해맞이행사에 참석한 관광객이 5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주최측에서 아무리 철저히 준비했다고 해도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올해에도 해맞이 길은 고생길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고생도 마다 않고 50만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길을 나선 것은 그만큼 새해소망이 간절했기 때문일 게다.
저마다의 사정은 다르겠으나 새해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한결같지 않았을까.
특히 지난해의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웠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같은 해맞이 행렬을 바라보며 경제정책의 한축인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직원의 한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새삼 느낀다.
경제성장, 물가안정, 국제수지 균형을 주된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 중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가는 과도하게 오르는 경우는 물론 하락하는 경우에도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물가는 화폐가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화폐의 가치는 중앙은행에게 주어진 독점적 발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중앙은행이 수행하고 있으며 그 기능이 계속 강화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8년에 한국은행법이 개정되면서 한국은행의 유일한 설립목표로 물가안정을 명시하고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도입하였는데 지난해 8월에 개정되어 금년 1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한은법에서는 물가안정목표의 시계(time horizon)를 1년에서 중기로 늘리는 등 보다 효과적으로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제도와 운영체계를 개선하였다.
금번 개정 한은법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중기의 목표적용기간을 통화정책 파급시차, 인플레이션 순환주기, 외국의 사례 등을 고려하여 3년으로 설정하고 금년부터 2006년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기간평균 2.5∼3.5% 로 목표를 정하였다.
중기 물가전망의 목표이탈이 예상될 때에는 그 원인과 정책의 파급시차, 그리고 금융?경제여건 등을 감안하여 정책의 대응 여부와 강도를 결정하기로 하였으며 정책 대응시에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의 중심선으로 수렴되도록 함으로써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특히 금년중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토록 함으로써 물가가 중기 목표범위내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우리경제가 성장, 물가,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큰 불균형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이후에는 내수회복세의 확대와 함께 수요압력이 높아지고 주택가격의 반등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정책은 경제성장이나 국제수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여 재정?외환?금융감독정책과도 조화롭게 운영(policy-mix)할 계획으로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수단과 관련해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 수출기업 지원, 현금결제 상거래 관행의 정착에 중점을 두고 총액대출한도의 지원체계를 조정하는 한편 금리의 전면 자유화, 금융기관 수신상품의 다양화 및 전자금융거래의 확산 등에 상응하여 지준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또한 지난해부터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신용카드사 부실문제와 관련하여 카드회사의 경영상황 등 잠재적인 시장불안요인을 상시 점검하고 이의 현재화 조짐이 나타날 경우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감시?평가체제의 조기정착을 통해 개정 한은법에 의해 추가적으로 부여된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중앙은행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한국은행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국회 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의 내용을 확충하는 한편 일반시민과의 의사소통 및 피드백 채널을 보강함으로써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일반의 이해와 신뢰를 제고할 예정이다.
이 같은 중앙은행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올초 시민들이 고생속에서도 해돋이를 보며 빌었던 소망들이 실현되는 데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윤 홍 중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