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엔 새로운 의욕과 목표를 세워 모두 힘차게 출발해야 하지만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 전반적인 불경기가 지속돼 의기소침해 있다.
특히 우리농업은 계속되는 무차별적 수입개방과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산물 값에 농민들은 더욱 심한 허탈감에 빠져있다.
과연 이 상태로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수 없다.
여기에다 지난 연말 돼지 콜레라 창궐과 조류독감 확산, 광우병 파동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농업에 삶의 의욕마저 잃고있는 실정이다. 파경에 빠져드는 농업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공익산업임과 동시에 이 땅 만대를 이어갈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당면된 핵심 농정현안이 농가부채와 농어촌복지 대책 및 관련 예산 처리가 한-칠레 FTA 비준 지연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직불제의 확충·강화농가소득안정망 확보,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개혁 작업의 완수, 안정적인 농업 후계인력 확보, DDA 및 쌀 재협상 대응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농업 현안들이 놓인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쌀 재협상은 2004년 한해 우리나라 농업의 가장 큰 현안이 될 것이다.
농림부와 외교 통상부가 지난 1월20일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 유예지속을 위한 재협상을 통보했다. 쌀은 우리나라 농민들에게 농업소득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품목이며, 국가 전체로도 식량 안보와 직결돼 있는 주곡이기 때문이다.
유엔 총회는 2004년을 ‘세계 쌀의 해’로 선언했다. 단일작물인 벼, 즉 쌀에 대해서 한 해를 헌정하게 된 것은 유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쌀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증가율의 쇠퇴, 자연자원의 고갈, 노동력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이끌던 문민정부는 농민반발 등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쌀 수입 불가원칙에 매달리다 결국 최소 시장접근(MMA) 물량은 2004년까지 기준연도(86~88년) 평균 소비량의 4%까지 늘리는 것을 조건으로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이 관세화 유예 조치는 올해말 종료되며 우리 정부는 재협상을 벌여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등 주요 쌀 수출국들과 연내 합의를 봐야 한다.
연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전환된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쌀 재협상에서 우선적으로 결론을 지어야 하는 내용은 관세화 전환 여부다.
UR때부터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도 관세화를 통한 개방이 국제사회의 원칙이었던 만큼 관세화 유예는 극히 예외적인 조치였다.
WTO 회원국중 일시적이나마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관세화 유예적용을 받았던 5개국중 일본, 대만, 이스라엘 등 이미 관세화전환을 마쳤고 우리와 필리핀만 남아있다.
일단 정부는 관세화 유예에 무게 중심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관세화 전환시 관세율은 기준연도(86~88년)의 국내외 가격차가 4배이상이었고 10년간 관세 감축이 진행돼온 점을 비춰볼때 380% 안팎이 될것으로 학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농가 인구는 지난 2002년 359만명으로 10년 전보다 211만명이 줄어드는 등 우리 사회에서의 비중이 그만큼 감소했다. 그러나 UR이후 농정 당국의 노력을 비웃듯이 농촌 경제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으며 국내외 가격차도 UR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2002년의 경우 쌀이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9%, 농가소득에서는 21.6%에 달했다. 특히 쌀 재협상의 결과가 관세화든, 관세화 유예든 어느 쪽이든지 쌀 시장 개방폭은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쌀 문제는 올 한해 최대 국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쌀수출국 들과 쌀 재협상이 어떤 결과가 나느냐에 따라 우리 농업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이렇듯 농업은 어렵고 힘들고 농민들의 마음은 조급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이겨낼수 있는 확고한 신념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 모든힘의 원천은 국민 모두가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나온다.
우리 농업은 환경을 지키는 생명산업으로, 농촌은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공간으로, 농업인은 우리 국토를 지키는 녹색 파수꾼으로서 우리 모두 공감대를 마련해야 할때다.
오 락 서
<포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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