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는 초·중·고교를 비롯한 각 대학마다 졸업식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디디는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는 현실 때문에 꿈과 희망 대신 수심만 가득 차있는 것 같았다. 지역의 정책을 일부 책임지고 있는 지방의원으로서 참으로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실제 2003년 한해동안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에 시달렸다. 내수와 투자부진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 쳤으며,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제불황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지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를 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청년실업률이다.
전체 실업률이 3.7%에 이르는 가운데 15세와 29세 사이 청년들의 실업률은 9%대에 육박,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기록하는 등 고용사정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실망실업자마저 급증하는 상황이다.
실업률 증가도 물론 중요한 사회문제이다. 그러나 특히 우리가 청년실업이 가지는 문제점에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청년 실업자는 단기적 실업자들이나 기존 직장에서 정리해고나 의원사직이나 등의 이유로 실업자가 된 경우와 달리 고용시장에 아예 처음부터 진입하지 못해 일할 수 있는 기회자체를 가지지 못한 신규실업자를 말한다. 그렇다 보니 청년실업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고 이들이 곧 신용불량자 혹은 만성채무자가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가정파탄과 자살 그리고 생계형 범죄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의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규고급인력이 공급되지 못한다는 점은 더 큰 문제이다.
따라서 청년실업문제는 다른 어느 문제보다 시급하게 해결하여야 할 경제·사회문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에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대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대책이란 것들도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거나 심지어는 총선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마저도 한다. 서둘러 일자리 200만개를 새로이 창출하겠다는 것이나 공공부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민간부문에 있어서는 신규고용을 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취업문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일반화된 현상이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취업전쟁’이라는 표현이 아예 일상용어처럼 쓰여지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미증유의 경제불황이 시작된 1997년부터는 취업전쟁이라는 용어가 무색하리만큼 일자리가 아예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어 졸업하면서 자동으로 실업을 각오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가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해봐야 과연 어느 만큼 청년실업률을 줄일 수 있겠는가? 물론 단기적으로는 실업률 수치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채용확대방안은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들로 하여금 쟁력을 상실하게 만들 우려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더욱 큰 실업률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 당장 어떻게 국민들의 눈을 피하고자 단기적인 성과물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들이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으로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거시적으로는 튼튼한 경제적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또한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구직난과는 정반대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존의 일자리들에도 젊은이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인력수급정책과 편향된 취업을 완화할 수 있는 고용정책의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업들이 경영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각종 불필요한 규제들을 완화하고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최우선의 정책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청년실업의 표면적이고도 단기적인 해소를 위한 대증적 요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고 성장동력의 기반을 확충하여 시장주의 원리에 입각한 신규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것만이 청년실업의 근원적 대책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 상 천
<경상북도의회 한나라당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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