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물론이고 최근까지 우리는 굳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듣지 않더라도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위치에 있는 부모들이 가출을 하고 때문에 자녀 및 노약자 방치 등이 일어나는 소식들을 직·간접적으로 듣게 된다. 심지어는 극단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을 포함하여 가족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가족해체가 일어나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와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당장 부모가 가출 또는 이혼을 함으로써 어린 나이의 자녀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방치된다. 심지어는 노부모와 자녀를 함께 두고 부모들이 가출하는 일도 있어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 손자손녀를 돌봐야 되는가 하면 반대로 소년 소녀가장이라고 불리우는 아이들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노인들까지 봉양해야 하는 등의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혼율의 급증도 가족해체에 한몫하고 있다. 단순히 이혼건수의 변화추이만 봐도 2002년 현재 14만5천300여건으로 외환위기가 있기 전 1996년의 7만 9천800건에 비해 6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연대의 기초단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천명당 이혼 건수를 말하는 조이혼율은 3.0쌍으로 96년의 1.7에서 배로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이혼율도 OECD 30개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2위로 그것도 2008년쯤에는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바로 가족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부를 정도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가족해체의 원인을 살펴보면 과거의 양상과는 많이 다르다. 실제로 과거에는 가족의 해체라는 것이 가정폭력이나 불륜 등으로 인해 일어났던 것인 반면에 최근에 들어서는 가장의 실직, 신용카드 빚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생계의 곤란이 대부분의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즉 빈곤을 이기지 못하는 계층이 늘면서 생계유지조차 힘들어 이혼하거나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사회는 지금 이러 저러한 이유들로 인해 급격한 가족 공동체 붕괴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해체문제는 단순히 가정의 문제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더 나아가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가정은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 양육, 보호, 교육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인 동시에 가족 구성원 개인들과 전체사회를 연결하여 사회질서를 구성하는데 기여한다. 이는 곧 오늘날의 가족해체는 가정이 지닌 사회문제의 여과장치로서의 효율적 기능도 급속히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가족문제와 가족해체의 증가는 곧 막대한 국가비용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의 확대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오늘날 결국 빈부격차의 심화는 저소득 가정들이 결국 생존의 한계에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신 빈곤(新 貧困)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경제회생으로 요약될 수 있다. 경제회생이 전제되어야만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물론이고 복지차원의 해법도 모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일부가 마치 전염병에 감염된 듯이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생계곤란으로 가족공동체의 붕괴가 일어나고 심지어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지금 막연히 경제가 회생되기만을 기다리자하는 것은 야만의 사회와 다르지 않다.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과 경제적 약자를 돕기 위한 복지정책과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이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가정 해체 문제를 개인적 영역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하나의 공공영역으로서 가정문제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법적·제도적·행정적 기반이 구축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에 따라 기존의 사회복지 분야인 아동복지, 노인복지 등과 같이 특정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서 진전시켜 통합적 복지서비스라는 시각에서 가정문제에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사제도를 통해 가정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단편적인 개별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따라서 가정 중심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새로운 가정복지정책과 서비스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할 것이다.
김 순 견(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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