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직 생활을 통하여 느껴온 일이다.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야기되는 야릇한 갈등이다. 자기가 업무 처리를 잘 해놓았기에 후임자는 매우 편할 것이라는 전임자의 생각에 비해 전임자가 미력하여 너무나 손 댈 곳이 많다는 후임자의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자기 우월의 늪에 빠져 좀처럼 남을 호평하지 않으며 남이 호평 받는 것을 찜찜하게 여기기도 한다.
‘당신이 우리 부서(기관)에 오고 나서 직장 분위기가 일신되었다’는 동료의 말에 정말로 자기가 훌륭한 줄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말하는 동료가 전임자를 만나면 ‘그래도 당신과 같이 근무하던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재임 시에 뭐도 했고, 뭐도 했는데…, 라며 공적(?)을 늘어놓지만 동료들의 말을 들으면 그것이 환상 내지 거품이고 때로는 오히려 그의 전출을 반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본인의 공치사와는 달리 떠나고 나면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는 공직자들도 보게 된다.
우쭐대며 전임지에 대한 향수에 젖는 공직자에 비해 지역민들의 눈은 냉정하고 객관적이다. 따라서 지역민의 마음에 전임자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면 그는 필시 훌륭한 사람이라고 본다. 남의 평가에 후하지 못한 오늘의 세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임지에 초빙을 받아서 되돌아 간 공직자가 있다. 경산시 W초등학교의 S교장이다. 그에게 있어서 전임지의 의미는 환상도 거품도 아니었다. 본질에 입각하여 실현하고자 한 교육의 장이었고, 소명을 펼쳐야 할 육영의 장이었으며,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의 장이었다. 초빙이란 ‘예를 갖추어 남을 모셔들이는 것’이라는데 그의 인격과 교육 방법이 세인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지 않았다면 오늘 같이 각박한 세상에 어떻게 초빙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와 같이 근무한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이 동료들의 평이었고, 이런 선생님이 오늘날에도 계신다는 사실이 신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평이었다. 그는 여느 교육자와 달랐다. 말로서 교육을 하지 않고 행동으로 교육하였다. 교훈을 통하여 교육을 하지 않고 수범으로서 교육하였다. 권위에 의하여 교사들을 움직이지 않았고 감화를 통하여 교육력을 유발하였다. 요청에 의하여 학부모를 움직이기 전에 감동의 물결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4·6배판으로 500쪽에 달하는 그의 저서 ‘초등 교장의 학교 경영 MEMO’에는 흙 냄새 가득 안고 오뉴월 뙤약볕에 영글어가는 포도알 처럼 어린이의 꿈이 주절이 열리고, 행동하는 양심과 고매한 교육철학이 주옥같이 담겨져 있다. 그의 저서는 실현 불가능한 교육이론이나, 현실과는 괴리된 코쟁이들의 교육학설이나, 난해한 전문 용어를 수록한 책이 아니다. 가을 하늘처럼 맑고 진솔한 인간애, 교사와 학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애, 한번뿐인 삶을 소중히 여기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그의 이상이 담겨져, 가치관의 혼란으로 얼룩진 이 시대 지성인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일게 하는 교육백서요, 학교장이면 필독해야 할 교과서라고 말하고 싶다.
항간에 유행한 가요처럼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슬픔도 양자간에 만드는 것.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슴에, 그를 만남이 기쁨이 되고 그와의 이별이 슬픔으로 남는, 다시금 초빙하고 싶은 선생님이라면 교직자로서, 인간으로서 성공적인 삶의 소유자다.
정년을 몇 년이나 앞두고 교장의 임기를 마치게 되는 교원이 속출하여 초빙교장 자리가 보다 많이 요청되는 시점에 S교장처럼 신뢰받는 교육자가 많이 나타나 교육입국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 강 홍(예천교육청 학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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