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취해 웃도리를 벗어 던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취객이 만류하는 경찰관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다.
연락 받고 온 가족의 호소에 겨우 진정이 되어 돌아가기도 하지만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술이 깰 때까지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민생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관들이 취객을 보호하고 그들의 난동을 저지하느라 순찰은 뒷전인 채 밤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또 교통위반사실을 통고처분 받은 데 불만을 품고 단속중인 경찰관을 차에 매달고 질주하는가 하면 교통사고 현장에서 조사경찰관의 뒤통수를 내리쳐 중상을 입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제는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대는 시위대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공권력 경시 풍조는 만연돼 있다.
지난 한해동안 공무집행방해혐의로 7천590여명이 검거되었다. 금년 들어서도 현재까지 4천490여명이 검거되어 하루평균 21건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공권력이 수난을 당하다보니 범인을 검거하려던 경찰관을 흉기로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민생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에게 이렇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돼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 등 강력사건들이 경찰이 이렇게 취객이나 상대하며 시간을 빼앗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결국 공권력이 무너지는 것은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고 취객이나 상대하고 있는 사이 내 부모 내 이웃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시민 모두가 경찰이 그 본연의 임무인 민생치안을 확립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함께 할 때이다.
권 정 겸(대구서부署 경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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