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는 나라 망치는 ‘망국의 신하’의 특징을 나열했다. “음흉을 선량함으로 가장, 겉으론 정직·겸허하게 보이나 속으론 끊임없이 남을 밀어내려 한다. 군주가 듣는 것을 방해하고 흑을 백이라 속인다. 이런 사람은 대게 머리가 잘 돌고 말 솜씨가 뛰어나지만, 이런 무리들이 군주의 측근에 있으면 아랫사람이 일할 의욕을 잃게되고 보신에만 급급하게 만들어 조직을 망하게 만든다”
한비자는 이에 덧붙여 자신의 인기관리에만 급급, 자기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에겐 이익을 주고 비판하는 사람에겐 불이익을 주고, 패거리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 역시 망국의 신하’라 했다.
순자(荀子)도 ‘망국의 신하’에 대해 언급했다. “백성의 마음을 붙들지 못해 민중에게 신망이 없는데도 아첨만은 잘해 윗사람눈에 드는데 뛰어나며 또 오로지 자신의 인기에만 골몰해 정의나 도덕따위엔 관심이 없고, 파벌을 만들어 군주의 눈과 귀를 교묘히 막으며 자기이익만 추구한다”했고, 또 “이런 망국의 신하가 날뛰면 반드시 군주는 파멸하며 베게를 높여 잠 잘수가 없다”했다.
조선조 중종때 ‘삼대장(三大將) 혹은 ‘삼대신(三大臣)’으로 불리워진 권력실세들이 있었다.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왕위에 앉힌 ‘중종반정’의 공신인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이 그들이었다. 요즈음 방영되는 TV사극 ‘여인천하’서 이 ‘삼대장’의 강요에 못이겨 중종의 조강지처인 신씨가 폐서인 돼 궁밖으로 쫓겨난다.
이처럼 이들 ‘삼대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러면서 셋이 번갈아 영의정을 지냈다. 이들은 처음엔 폭군 연산을 몰아냈다 하여 백성들로부터 상당한 신망을 얻었으나 권력을 손에 쥔뒤부터 연산군 못지 않은 오만불손과 부패로 지탄대상이 됐다.
이들 중 하나는 집안에 3백명의 ‘기쁨조’를 두었다는 소문이 날만큼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들 ‘3대장’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에만 급급하지 않고 뚜렷한 개혁의지로 국정쇄신에 힘을 쏟았다면 조선조의 정치사는 보다 긍정적으로 쓰여졌을 것이다.
무슨 ‘게이트’만 터졌다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英文이니셜’의 ‘이상한 세사람’을 보면 중종대의 ‘3대장’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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