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락(凋落)의 계절이다. 프르름으로 무성했던 만산의 나무잎들도 흥엽으로 물들더니 어느듯 그마저 다 털어내고 가지들만 앙상하다. 이같은 영고성쇠(榮枯盛衰) 섭리는 권력세계에선 더 무상하다.
정글속에 무서운 사자 한 마리가 천하를 호령하고 있었다. 아무리 덩치 크고 힘센 동물도 사자앞에선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렇게 위세당당하던 사자도 세월앞에선 어쩔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굳세던 체력도, 우렁차던 사자후도 점점 퇴락해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정글을 순시하던 사자앞에 황소 한 마리가 떡 버티고 서서 길을 막는 것이었다.
“네 이놈! 단매에 죽고 싶으냐. 감히 내 길을 막다니, 썩 물러가지 못할까!” 사자의 호령에 황소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이 왕년에 왕이었던 것은 맞소. 하지만 지금은 늙고 지친 당신을 왕으로 생각하는 동물은 하나 없소. 그걸 아직 모르고 있었소”
이러면서 황소는 사자를 받아버렸다. 아무리 애를 써봐야 사자는 반격할 힘이 없었다. 이 광경을 나무위에서 보고 있던 원숭이가 외쳤다. “사자가 황소에 졌다! 이제 그는 왕이 아니다! 무서울 것 없다!”
자존심이 상한 사자는 평소 먹다 남은 음식을 나눠준 하이에나를 찾아가 신세타령을 했다. 위로의 말을 기대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내가 평소 당신을 존경하는 줄 알았던 모양인데, 착각일세. 당신과 친해두면 고기를 힘 안들이고 먹을 수 있었기에 받드는 척했을 뿐이야. 아직 그것을 깨닳지 못했나”
‘사자의 착각’은 정글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세계 특히 권력게임에선 영욕의 헛없음이 더 심하다. 얼마전 김대중대통령은 “정권말기에 있을 수 있다는 레임덕의 존재는 일어날 수 없다”면서 레임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역설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力說은 逆說的으로 ‘이미 레임덕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비춰주고 있다. 정권말기에는 의레 각종 ‘게이트’가 터지고, ‘비리봇물’은 레임덕을 부추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늘 ‘부정부패 척결작업’이 진행되고 司正의 칼에 많이들 쓰러진다. “코끼리가 늙고 병들면 다람쥐가 걷어찬다’는 인도속담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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