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8월 어니스트 새클턴과 대원 27명은 영국을 출발했다. 남극대륙을 횡단할 작정이었다. 그해 12월에 사우스조지아섬 포경기지에 도착한 그들은 배로 항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친 강추위가 닥쳐 바다가 얼기 시작했다. 쇄빙선이 없던 당시에는 속수무책. 떠다니는 얼음(浮氷)에 부딪혀 배는 부서져버렸다. 대원들은 ‘부빙’위에 올라가 텐트를 쳤다. 식량이 바닥나자 펭귄과 물개를 잡아연명했다.
‘얼음뗏목’을 타고 5개월을 표류한 끝에 엘리펀트섬에 도착했다. 이곳은 무인도여서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여기서 대장 새클턴은 대원 5명을 이끌고 당초 출발했던 포경기지 사우스조지아섬을 향해 떠났다. 6m크기의 구명보트로 세상에서 가장 험하다는 드레이크해협을 건너고, 도끼 한자루와 로프에 의지해 해발 3000m의 얼음산을 넘어 마침내 포경기지에 도착했다.
새클턴이 칠레 정부 소속의 군함을 타고 가 엘리펀트섬에 남겨놓은 대원들을 구출한 것이 1916년 8월 30일, 표류한지 634일만이고, 희생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일은 살아 있는 전설처럼 남아 있고, 영화들이 숱하게 제작됐다. 영하 89.6도 까지 내려가는 혹한에 시도때도 없이 몰아닥치는 블리자드(눈보라를 동반한 돌풍)를 이기며 634일을 버텼다는 것은 실로 ‘신화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고, 대장 어니스트 새클턴의 지도력 덕분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들은 억지로라도 웃고 즐기려 했다. 토요일마다 얼음판위에서 오락회를 열고 노래를 불렀다. 극한상황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인간성 상실’과 ‘조직 와해’를 이들은 웃고 떠들고 노래부르면서 극복해냈다.
새클턴은 다음과 같은 말을 늘 반복했다고 한다. “유쾌하고 용감하자! 기쁜 마음으로 참아내자! 웃음과 노래로 고통을 이겨내자! 죽음곁을 걸어가면서도 절대 슬퍼하지말자!”
남극 얼음판속에는 지구의 역사가 그대로 들어 있고, 얼음밑 바다에는 막대한 생물자원과 지하자원이 숨어 있다. 얼마전 남극연구대원 전재규씨를 잃었다. 아까운 젊은 인재의 희생에 값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남극 연구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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