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태고종이 얼마전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합동득도수계산림(合同得度受戒山林)을 열었다. 스님이 되는 기초훈련인 이 과정을 마치면 ‘사미계’를 받고 3~4년을 더 공부하면 정식 스님이 된다. 지난해 전 KBS 사장 박현태씨가 바로 이 과정을 밟아 지금 벽련사 주지스님이 됐는데, 기자와의 대담에서 “세상을 버리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올해 28회째의 합동교육에는 ‘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했다고 한다. IMF직전인 1999년에는 199명이었는데, 올해는 281명이 참가, 264명이 수료했다. 세상을 등지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졌다.
교육생 중에는 중학교 교장출신의 교육자도 있고, 경북대 의대를 나와 20년간 병원 원장을 지낸 의사도 있고, 행정고시를 거쳐 고위공무원을 하던 행정가,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15대품바로 활동한 연극배우, 미혼모의 출산과 입양을 맡아왔던 수녀님도 스님이 되려고 교육을 받았다. 4주간에 걸친 교리공부, 1000배, 1보1배 등의 수련과정을 거치면 ‘사미계’를 받고 ‘초보스님’이 된다.
서울농대를 나와 금호그룹 이사까지 지낸 진영호(56)씨는 다 걷어치우고 전북 고창에 내려가 13만평의 보리밭을 일구고 카네이션과 백합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故진의종 전국무총리의 장남이고, 이헌재경제총리의 처남이다. 경기대 회계학과를 나와 서울에서 세무공무원을 하던 이기일(42)씨는 고향인 포항시 청하면에 돌아와 10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삭막하고 복잡한 도시생활이 싫고, 비리에 연루된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가는 초라한 뒷모습이 너무 보기 비참해서 꽃피고 새우는 고향땅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단순하게 살아라’란 책을 펴낸 퀴스텐마허란 사람은 “빚을 지지말아야하며, 신용카드를 멀리하고, 현금을 사용하며,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잡다한 혜택은 과감히 무시하고, 복권은 사지말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자꾸 버려라”고 한다. 복잡하게 사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심히 받고 그것을 풀기 위해 자꾸 뭘 먹는데, 그것이 당뇨병 고혈압같은 생활습관병의 원인이라 한다. 웰빙이란게 별 것 아니다. 일과 思考를 단순화시키면서 마음 편히 여유롭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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